수강생분 영어 과외 수업의 마지막 날이 정해졌다. 마지막을 식사나 대화로 하기로 한 분들이 대부분이라 나도 수강생 분도 시간을 내어 마지막의 회포를 풀었다.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한 달 내로 마지막 날을 정하셨다. 수강생들과의 영어 과외 수업 정리는 3월 중순에 다 끝났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1, 2월은 영어 수업은 시기적으로 어수선하다. 1, 2월이 지나고 3월부터는 의지를 다지며 다시 영어 공부를 파이팅 있게 시작하거나 올해는 영어 공부를 좀 해 볼까? 하며 의지를 다지는 시기다. 이렇게 열정이 솟아나야 하는 시기인데 나는 끝을 준비하고 있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그동안 해 왔던 것들과의 작별은 정말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영어 과외 수업이 최종 정리가 된 후에 책상, 의자, 냉장고, 소파 등 큰 가구부터 화분, 그릇 등 소소한 물건들까지 당근 마켓에 부지런히 올려 물건을 팔았다. 3월 한 달은 중고물품 판매자가 된 듯 물건을 파느라 아주 바빴다. 사진 찍고 당근에 올리고 채팅 오면 약속 잡아 물건을 파는 식이었다.
빨리 팔린 물건도 있었고 아닌 물건도 있었다. 공간이 1층 상가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물건을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어서 약속을 잡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편리했다. 대형 쓰레기봉투를 두 개를 사서 무료 나눔 하기에도 애매한 물건들은 미련 없이 버렸다. 그동안 쓰지도 않는데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어찌나 많은지 모른다.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할 수 있으니 좋았던 점이다.
출판한 책의 재고를 비롯해서 개인 책이 꽤 많았기 때문에 노끈을 사서 책을 묶었다. 높이 30cm 정 도로 묶었는데도 책만 많은 부분을 차지할 정도였다. 나중에 이동하기 편하게 문 앞쪽으로 옮겨놓았는데 쌓아야 했다. 무게도 많이 나갔다. 이걸 언제 옮기나 싶을 정도였다.
구매했던 에어컨은 놓고 갈까 생각했었다. 뒤에 세입자가 들어오면 누가 들어오던지 에어컨이 필요하니 저렴한 가격에 넘기려고 했는데 내가 떠나는 날까지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두고 가기도 아깝고 당근에 올려보았다. 업체에서 연락 주기로 했고 개인이 연락 주기도 했다. 먼저 연락이 왔고 나의 일정을 맞춰줄 수 있는 개인에게 팔았다. 에어컨 철거 날은 날은 공간 짐을 다 빼고 에어컨만 남겨둔 상태였다. 임대인 부부께서도 나와서 에어컨 철거를 지켜보셨고 함께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용달이나 택배를 이용해서 이사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당시 남자 친구가 청주에 올 일이 있을 때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을 싣고 가는 식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짐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서 트렁크 뒷좌석까지 2번이면 옮길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틀렸다. SUV에 꽉 차게 짐을 넣었는데 원룸 짐까지 이사를 하려니 생각만큼 다 들어가지 않아 당황했다. 당장 쓰지 않은 물건 가득 싣고 가서 1번, 일부러 와서 공간 짐을 옮기기 1번, 짐이 다 들어가지 않아 다시 한번 와서 1번, 결국 총 세 번이나 광주에서 청주를 왔다 갔다 하고서야 짐을 다 옮길 수 있었다.
정말 작별이다. 안녕,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