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정을 했다. 가장 먼저 임대인에게 전화를 했다.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공간을 정리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설이 지난 2월 중순의 일었다. 계약은 2018년 8월에 했으니 2022년 8월이 되어야 재계약에 새로운 2년을 더해 만 4년이 되어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임대인은 축하를 해 주시며 내가 떠나는 것은 너무 아쉽지만 언제든지 계약 전이라도 편할 때 정리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공간을 정리하는 시기는 4월 초로 정리가 되었다.
오프라인 수강생들에게도 알려야 했다. 결혼을 하게 되어 공간을 정리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너무 아쉽지만 오프라인 수업은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당시의 수강생들은 대부분이 몇 달을 함께한 것이 아니라 최소 2~3년은 매주 함께 수업하던 분들이라 그런지 공간을 정리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 나의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3월 말까지는 정리를 할 것이라 앞으로 한 달 반 정도가 남았는데 그때까지 수업을 하셔도 되고 생각해보시고 편하실 때 그만두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처음 나와 만났을 때보다 비교해본다는 눈부신 성장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실력은 확실히 늘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의 영작 실력을 갖추고 연습 위주의 수업을 했다. 여러 다른 방법으로 영어 공부나 수업을 받으셔도 되지만, 감사하게도 나와 함께 영어를 놓지 않고 꾸준히 공부했기에 끝을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나나 수강생들이나 모두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영어 과외 수업을 했는데 이렇게 끝이 보이다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공간에는 가구와 집기들이 아주 많았다. 거의 4년 동안 정리하기보다는 모았기 때문이다. ‘언제 이렇게 많은 가구와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있었지?’ 싶을 정도로 공간 가득 차 있었다. 처음 공간을 마련할 때 들여온 책상이나 의자, 냉장고부터 휴식을 위해 중간에 마련한 소파나 인테리어를 위한 작은 책걸상까지 가구가 많았다.
처음 내가 물건을 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물건은 당근 마켓에 팔거나 무료 나눔을 할 예정이었지만 잘 팔릴지 걱정이었다. 일단은 지인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말했고 당근을 이용해서 대부분의 물건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
몇 년 간 정착해서 살았던 공간과 집의 이사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막막했다. 막상 공간을 정리한다고 생각하니 좀 더 다양한 활동을 이 공간에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공간뿐만 아니라 4년이 넘는 청주에서의 생활도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남은 채 두 달이 못 되는 그 시간이 4년의 시간을 정리하기에는 무척 짧게만 느껴졌다.
10평 남짓한 공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4년 정도의 살림살이는 많았다. 그러나 차근차근 잘 정리하다 보며 어느새 텅 빈 공간과 마주하겠지. 처음 이 공간과 만났던 그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