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희 Feb 25. 2021

봄이 왔다, 나는 너에게 피지 못한 꽃이었으나.

다음에는 너에게 피어나는 꽃이 되고싶다.


봄이 왔다. 

내가 너에게 피어나지 못하였지만

너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나와는 다른 향기가 남에도

너는 아름다웠고, 가득하였다.


계절마다 너에게 닿아, 

봄에는 진달래처럼 화사하게 피어나 매일의 기쁨이 되고 싶었고

여름에는 매일 지고 피는 원추리처럼, 널 기다리고 싶었다.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되어, 온전히 널 향한 순정으로 피어나고

겨울, 홀로 고고히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고자 동백처럼 피어나려 하였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메마른 땅의 떨어진 씨앗이라 여겨

너를 향해 뿌리내리지 못하고, 열매 맺지 못하여

피어나지 못하였다.


봄이 왔지만

너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씨앗이 심겨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구나


나는, 너에게 피어난 꽃이 아름다워

차마, 침범하지 못하고

스스로 피어나길 거부한 씨앗이 되었다.


언젠가, 네 마음에, 미소에 피어난 꽃이 지고

네 눈물이 떨어질 때에, 그 눈물마저 받아들여 피어나는

한송이 꽃이 되고싶다.  


- 모든 사진은, 제가 찍고 만진 사진들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