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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방랑가의 새벽 산책: 전주, 낡은 도시를 기록하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누구보다 일찍 눈이 떠졌지요. 컨디션이 좋았어요.

by 도보방랑가 김근희 Feb 17. 2025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날 아침 일찍 카메라를 들고 나섰어요.  밤새 반짝거렸던 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휴일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표정이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딱히 전날에 별일이 없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컨디션이 지나치게 좋아서 나온 것은 아니에요. 아니 글쎄, 그냥 눈이 떠지더라니깐요? '에헴. 도보방랑가로써 할 일을 하기 위한 외출이었던 것이지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꾹 참아냅니다.


 사실 종종 카메라를 들고 새벽부터 길거리를 헤매곤 한답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전주라는 도시에서 살아서 다른 도시의 새벽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벽에 보이는 전주는 참 고요하고 고독하며 느리거든요. 

도로에 차가 많지도 않고, 사람도 새벽에는 드물어서 공기반 정적반이랄까요. 또박또박 발걸음소리를 친구 삼아 카메라를 손에 들고 걷다 보면 다양한 장면들이 펼쳐지지요. 


생뚱맞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을 보면, 그 장면에서 도시의 세월과 역사를 알 수 있는데 또 그러한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걸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운 방랑이에요. 길치이다 보니 오히려 목적지를 생각하며 걷기보다는 주변을 구경하며 걷거든요. 아, 그래서 길치인 것일까요. 여하튼 그리 걷다 보면 이런저런 발견들을 할 수 있답니다.


PENTAX K-1, HD PENTAX-FA 31mm F1.8 AL Limited  1/6400, F1.8, ISO200


집에서 30분 정도를 걷다 보면 전주시청이 나오지요. 이 전주시청이 위치한 지역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고사동과 한옥마을이 근방에 있고 나름 행정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곳에 역전철물상사라는 건물이 있는 걸 보면 으잉?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아주 옛날에는 전주시청의 건물의 본 주인은 전주역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 정보는 제가 전주에 이사 왔을 때부터 이미 전주시청이 있었기 때문에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것이지요. 


단층건물로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역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상가를 바라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나름 전주시청이 있는 행정의 중심지 바로 앞에 오래된 건물이 떡하니 영업을 하고 있고, 또 그 주변으로는 새 건물들이 있는 모습이 타지에서 본 사람들은 어떻게 보여질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이런 모습을 전주 어딜 가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이것이야말로 꾸밈없는 꾸안꾸... 같은 전주도시의 모습일까요.  다른 지역은 어떤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PENTAX K-1, HD PENTAX-FA 31mm F1.8 AL Limited  1/4000, F1.8, ISO200


시간의 퇴색된 옷을 입고 있어서 새로움 앞에서 더 빛을 발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어요. 이것이야 말로 세월을 이기고 버텨낸 고도의 영업전략일까요, 합리적인 의심을 뒤로하고 또 걸어봅니다. 


종종 사진전시나 여러 행사, 박람회 같은 걸 보러 서울에 올라가긴 하는데 올라가서도 화려한 건물과 풍경에 정신이 팔려서 이런 부분들은 놓치고 왔었다고 생각하니 다음에는 다른 도시의 이런 모습들도 한번 담아봐야겠어요. 그래도 전주 근방의 지역들은 카메라를 들고 많이 다녔었는데 거의 비슷한 톤이었거든요. 군산도 그렇고 익산도 그렇고.  카메라를 들고 오랜 시간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자주 찍는 풍경, 말하자면 자기가 좋아하는 장면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가 있어요


골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독 골목 사진이 많고, 꽃이나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피사체가 많은 것처럼요. 개인적인 선호를 아는 것도 사진취미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일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을 참 좋아해요. 배경과 하나 되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장면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서도 마음이 따땃해지거나 또는 먹먹해지는 장면들을 많이 찍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자주 보는 풍경이 이와 같기 때문에 더 그런 사진을 많이 찍게 된 것은 아닐까 라는 고민도 해봅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 카메라를 들고 방랑을 하지만 결국 찍어온 사진들을 보면 비슷한 사진들.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입장에서 사진이 항상 비슷한 것도 문제인 것 같고, 뭔가 좀 더 다양성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모를 해놔야겠어요.




참, 그러고 보니 이 시청 근처에는 제가 자주 가는 단골 위스키 바가 있거든요.

카페 코모도라 불리는 곳인데 참 좋은 곳이에요. 어쩌면 구도심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길거리 한가운데 밤에 은은하게 빛나는 간판과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이지요. 

위스키란 것을 처음 입문한 곳이기도 해서  정신적인 요람 같은 곳인데 위스키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대표님이 가끔 피아노를 연주해 주시거든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쳐왔던 저도 성인이 되어서 누군가의 연주를 이렇게 옆에서 바로 들어본 적은 처음인데 '역시 전공자는 다르구나'라고 느꼈죠. 울림의 깊이가 다르더라고요. 빨리 피아노를 포기하길 잘했지.



카페 코모도는 연주만 좋은 건 아니고 정말 다양한 위스키와 칵테일, 깊은 식견과 재미있는 설명. 그리고 즐거운 대화가 있는 곳이지요. 반고흐를 좋아하는 대표님의 영향을 받아 반고흐의 작품 아래 적절한 조명, 재즈 음악과 짙은 위스키 그리고 조곤조곤한 대화가 참 괜찮은 위스키바예요. 도보방랑가 김근희의 소개글(부끄러우니까 이름만 말해주세요..)을 보고 왔다고 하시면 서비스를 드릴지도.. 부,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서비스 안 주신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그럼 제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언젠가 대접을 해드리겠다는 공약을 걸어봅니다.  '저는 피트파인데 피트 위스키 좋아하시나요?'





시청에서 30분 정도를 더 걷다 보면 전주 하면 떠오르는 한옥마을 옆에 있는 남부시장의 모습이에요. 

인구가 60만이 넘는 도시치고는 참 조용한 느낌이지요? 평일의 전주 남부시장의 모습은 꽤나 다른 풍경이지요. 새벽에는 도깨비 시장도 열리는데 가끔 어머니와 함께 새벽에 짐꾼과 수행비서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답니다. 저렇게 천변에 좌판을 깔고 이것저것 팔고 계시는데 발품을 많이 팔고 여기저기 가격비교를 해야만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지요.  명절 전날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걸어가기가 힘들 정도로 바글바글하거든요. 그래도 평상시에는 참 조용한 풍경이에요. 주말에는 특히 한옥마을에 방문한 여행자들과 인해 전혀 다른 도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시간이 된다면 여유롭게 일정을 잡아서 전주의 두 가지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평일에는 한옥마을을 벗어나서 전주의 로컬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요. 미슐랭 뺨을 후려칠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주의 음식은 수준이 높거든요. 이런 표현은 좀 예의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전주에 사는 로컬들은 오히려 한옥마을 근처에서 식사를 잘하지 않거든요. 이래 봬도 맛의 도시라는 위명에 맞추어 까탈스러운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어느 동네를 가든 평균이상의 맛을 보장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시간 유지가 될 수 없는, 음식 프랜차이즈의 무덤 같은 곳이에요. 단, 간판을 잘 보셔야 해요. 시간이 정통으로 스쳐 지나갔는지를 유심히 봐보세요. 왠지 광이 나고 빛깔이 좋다면 함정일 수도 있답니다.  


뭔가 말해놓고 보니 굉장히 편협적인 사람이 된 거 같은데 그건 제 기분 탓일까요. 하지만 그러함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게 바로 맛에 대한 까다로움, 이븐하지 않은 요리는 용납할 수 없다, 그게 바로 전주시민의 자긍심 같은 거죠! 아마두요? 이건 지극히 저와 제 주변 지인들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드립니다. 


11월에 찍었던 도깨비 시장의 모습

이야기를 하다 보니 로컬맛집에 대한 이야기들도 할 말이 참 많아요. 이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장소,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나눠보자는 것이거든요. 바이럴이 아닌 진짜 제 취향에 맞는 음식과 장소들을 이야기하면서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어요. 이에 관한 이야기들은 좀 더 다음 기회에 나눠보도록 하고 계속 걸어볼까요.




한옥마을에서 또 30분 정도를 걷다 보면 완산칠봉에 오를 수 있는 길목이 나오지요. 완산칠봉에는 또 꽃동산이라고 불리는 핫플레이스가 있어요.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곳인데 산이 그리 높지 않아서 가끔 시기가 될 때 방문하는 곳이에요. 운동을 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서 삶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는 곳이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곳이거든요. 


이 사진을 참 좋아하는데, 뭔가 옷의 색상조차 맞추고 홀로 이 거니시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그림 같아서 홀린 듯이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나네요. 옆에 또 멋지게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 오른쪽으로 할머니를 위치해 놓고 왼쪽에 공간을 두고 찍었었는데요. 뭔가 씁쓸한 감정과 또 한편으로는 멋짐이 느껴지는 사진이라 종종 들여다보곤 한답니다. 홀로라도 자기만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또 한편으로는 저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인생을 누군가와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상상도 할 수 있었던 한 장면이었어요.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건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저분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결국에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시선과 해석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 사진이거든요. 그렇기에 사진을 찍는 과정에 있어서는 피사체에 대한 관심과 고려, 그리고 예의와 애정이 필요해요. 찍는 사람의 인생 한 부분을 기록한다는 게 가벼운 일이 아니기에 매 컷 사진을 찍을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고 신중해야 해요.  모든 삶의 영역에서 중요하겠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가 더 필요한 작업이지요. 


찍는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자기의 이익에 따라 곡해하고 왜곡해서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 것이 사진이거든요. 사진이 권력이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답니다. 그러기에 사진을 배우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공부가 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지요. 




꽃동산도 참 좋아하는 장소지만 그 꽃동산을 가는 길이 오래된 구도심의 느낌이 물씬 풍겨서 오히려 그 길목에서 돌아설 때가 더 많지요. 산을 타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 라는 의문이 떠오른다면 가끔은 입 밖으로 내어선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오래된 골목과 담벼락, 계단. 이런 사진을 좋아한다면 꽤나 만족할만한 곳이에요. 다른 지역의 속칭 달동네라 불리는 곳들을 자주 가보진 못했지만 오래된 구도심과 너머로 보이는 새로운 건물들의 모습은 사진을 찍는 데 있어서 좋은 포인트이기도 하거든요. 그 오래된 구도심을 넓게 볼 수 있는 지역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그래서 가끔은 5kg가 넘어가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서 이를 악물고 산을 타기도 한답니다. '가끔'요.

 


누군가에게는 이 계단과 언덕이 매일매일 넘어야 할 걸음이겠지요. 저마다의 언덕과 걸음의 무게는 다르지만 각자 매일매일 이 걸음을 걸어 나가는 삶이라는 것이 언젠가 평탄해지기를. 그래서 저 역시 카메라를 들고 도보방랑을 해나갑니다. 이런 오래된 구도심을 거닐다 보면 참 재미있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와요.


갑작스러운 장소에 작은 카페가 있고, 그 카페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어르신들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한쪽에선 작은 소녀가 동화책을 읽고 있기도 하거든요. 이런 곳에 카페가 있는 것도 신기한데 또 사람들이 자주 왕래가 있어요. 커피 맛집인가 싶어 다음에는 한번 여유롭게 책 한 권 가지고 방문해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조만간 방문해 보고 또 이야기로 다루게 될지 모르겠어요, 전주에는 이런 동네카페가 괜찮은 곳이 꽤나 있어요. 사실 동네 카페뿐 아니라 괜찮은 카페가 여러 군데 있지요. 


컴퓨터를 전공으로 대학을 정했을 때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어요. 담배와 커피. 생존을 위해 커피를 선택했고 한때 살기 위해 커피에 의존했고 지금은 삶의 즐거움을 위해 커피를 즐기는 입장에서 알게 된 괜찮은 카페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할 말이 많지요. 아쉽게도 이 글은 도시방랑가 김근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두의 커피 취향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그래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고민 중이에요. 참고로 저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한답니다. 한때는 가향 커피에 빠져있었고 요즘도 가끔 즐기는데 커피를 좋아하지만 까다롭지는 않지요.  




재미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다른 길로 빠졌었죠? 이번 길에는 참 독특한 주택을 발견했어요. 


이런 빛깔의 대문이라니. 감탄이 절로 나왔거든요. 흔하지는 않은 색상인데 이 대문을 보는 순간 이런 상상이 떠올랐지 뭐예요. 언덕 위에 집을 짓고 대문에 페인트를 칠하는 한 가족의 모습이요. 이 색을 칠하면서 이들은 어떤 상상을 하고 어떤 미래를 꿈꾸었을지,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엿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었죠. 집이라는 것이 그러더군요.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새겨지는 것. 집은 참 신기해요. 사람이 없으면 금방 쇠퇴해지고 무너져버리지만, 사람이 사는 것만으로 오랜 시간 버텨준다는 것. 칠해진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쓸 때까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동네에선 이런 빛깔을 지닌 대문은 여기뿐이었어요. 동네의 시그니처, 주민들은 오고 가면서 이 대문을 보았을 때 과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요.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그게 제가 도보방랑을 좋아하는 이유이지요. 




이제 조금만 더 오르면 완산칠봉에 오르게 되지요. 완산 칠봉에 오르면 또 다른 전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평지의 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살다 보면 그 높이가 달라짐으로 인해 보이는 것이 참 많아져요. 특히 사진기를 통해 바라보는 시야는 더 많은 변화가 있어요. 각 렌즈의 화각에 따라 더 넓은 것을 볼 수도, 또는 작은 것에 집중해서 볼 수도 있거든요. 높이와 각도에 따라 사물의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사진의 매력이 아닐까요.



이 동네에는 물까치가 많아서 그런 걸까요. 감을 따지 않고 까치밥을 남겨두었고 그게 또 풍경의 포인트가 될 수 있지요.  산과 주택, 계단.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초등학교, 참 사진으로 담기에 좋은 요소들이지요.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배치해서 찍을 수 있을까요? 다들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여기서 우리가 필요한 건 구도에 대한 것이지요. 저번 글에서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죠. 


산과 주택, 계단. 이런 각각의 것들은 사진의 요소들로 구분할 수 있고 그 요소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가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의 선과 면, 또는 덩어리로 보고 그것들을 적절한 규칙에 의해 그려낸다면 적어도 썩 보기 괜찮은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거든요. 그러한 작업을 우리는 '구도'라고 하지요.


이 사진은 잘 찍은 사진일까요? 각자의 기준에 따라 좋은 사진일 수도 나쁜 사진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랜 시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또는 미술과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경험적인 측면을 통해서 규정화한 것들이 있거든요. '아, 적어도 이러한 배치를 해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또는  '이렇게 찍어보니까(그려보니까) 적어도 안정감 있고 평균은 하더라'라고 평가를 받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정형화시킨 것이 '구도'라고 볼 수 있지요. 물론 이 구도는 찍는 사람의 숙달도에 따라 얼마든지 깨지고 변화할 수 있지만 그래도 처음 사진을 배울 때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구도들이 있거든요. 


이를 기본적으로 지켜준다면 안정적이고 나름 나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돼요. 이 구도에 관한 것도 조만간 다룰 시간이 있겠지요. 오늘은 사진 이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도보방랑에 관한 이야기이거든요.  어렵진 않을 거예요.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에 이것이 녹아있거든요. 단지 그것을 보는 방식만 이해하면 돼요. 






20분 정도의 언덕과 계단을 오르다 보면 완산칠봉의 능선에 오를 수 있게 되지요. 그 능선에서는 산을 기준으로 앞 뒤로 전주의 전경을 볼 수 있어요. 능선에 오르니 또 색다른 풍경이 보였어요. 


낭만이라면 낭만인 거 같기도 한데 저게 과연 불법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참 복잡 미묘한 감상이었지요. 도시를 내려다보며 새벽에 저 가마솥에 밥을 짓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기도 하고, 타고 남은 은은한 불빛이 저녁에 깜박이는 걸 상상하기도 했지요.  뭔가 전주다운 장면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좀 이상한 표현이었을까요.


나이를 먹고 경험하고 보이는 것이 많아짐에 따라 하나의 장면에도 참 많은 것들이 떠오르게 되어요. 결국 그게 다 삶에 대한 고민인 것인데, 나의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다 제각기 속도가 다르고 다른 풍경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낡은 도시를 걸으면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색하며 보낸 5시간 동안의 도보방랑. 그 가운데 보고 느낀 것들이 그 자체가 그저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게 조금은 서글픈 일이었지요. 그렇지만 그래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오늘도 이 도시가 안아 준 상념들과, 그 안에서 스치며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과 글로 기록되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어떻게 남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번에는 또 다른 방랑의 길을 찾아 떠나볼게요. 오늘의 방랑기록을 마칩니다.




다음 글 예고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던 도보방랑자는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등산에 써버리고 나서 터덜터덜 하산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 무심코 발견한 장소, 눈이 번뜩 떠져 ENFP특유의 친화성으로 여기저기 기웃대기 시작하지요. 






* 글의 분량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너무 길진 않은지, 혹은 너무 짧은지 이런저런 고민들. 이븐한 분량을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군요.

** 차마 글에 담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 넣을 곳이 없어서 여기다 던져보아요.

*** 모든 사진은 크게 봐주시면 더 좋습니다! ...제 기분이 좋다는 말이에요. 







* 여기까지의 글은, 브런치 매거진에서 연재하던 글이에요. 오랜만의 브런치 활동이다 보니 브런치 북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줄을 몰라서 열심히 연재하다가 뒤늦게 브런치북이라는 연재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옮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봤는데 기존의 글을 옮겨서 연재하는 브런치북을 만들 순 없다고 해서 기존에 썼던 그들을 하나하나 다시 올리면서 추후 글들은 이곳에서 연재하기 위해 기존 4개의 글들을 가져왔어요. 그 글에 공감을 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 있어서 차마 그 글들을 지울 순 없었거든요.  *


로컬 플레이스 관련 글

For you time, 카페 코모도.

카페 코모도, 편안함이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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