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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Apr 02. 2019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어디선가 본거 같은 제목이라면 기, 기분 탓입니다.



오래간만에 적어 봅니다.  




다들 '마더 러시아'의 은총 아래 투명한 푸른 하늘을 만끽하고 지내시는지요. 

한 자 한 자 적어보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길다면 긴 시간을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서성였어요. 


그동안의 글 하나하나를 읽어보고, 스스로 톺아보고, 자기를 돌아보는 메마른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타자'라는 입장에서 이 브런치를 방문하는 여러분에게 얼마만큼 충실하였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아요.  

저의 생각이 무엇이든지 일단 끄집어내어 이 새하얀 모니터 위에 늘어놓는다면 그 순간에 더 이상 그것은 제 온전한 소유물이 아니기에. 이 생각이 다른 이에게는 불편한 감정의 바늘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그저 순간의 어지러움과 고독, 또는 즐거움을 위해 늘어놓은 이 생각의 주절거림이, 이 감정의 배설물이 누군가에게 작은 비수가 되어 그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치게 되면 어떡할까. 나의 생각의 조각이 그럴 리 없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누군가를 뒤흔들게 된다면 나는 그러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고민을 많은 시간 동안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구독자를 위해, 나 자신의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적어갔었는데. 그렇게 가볍게 다뤄버린 그 순간들이, 생각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여겨졌지요. 나는 무엇 때문에 글을 쓰고, 무엇 때문에 사진을 찍는가.  고민을 많이 해보았어요.  


햇살같은 글을 쓰고 싶어요. 햇살같은 사진을 담아내고 싶어요


그런데, 나는 참을 수 없었어요. 순간 차오르는 감정의 편린. 그 조각들이 밤새 떠돌아 마음을 흔들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적어서 나를 내어놓고 들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잠을 들 수 있던 시간들. 남들과 같은 시간 속에서 가끔 멈춰 서서 장외인간이 된 듯 그들을 들여다보고 뒤를 쫓아가고 다시 내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지금은,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요. 요즘은 그래도 나 자신을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일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라. 나를 끄집어 그들을 웃기고 나를 웃기며 (제만의 생각일까요 그럼 뭐 어때요) 스스로 재정립을 하였지요. 이 공간을 통해서 차마 끄집어낼 수 없는 '즐거운 나'를 나에게 보여주면서 조금씩 조금씩.  (저는 '병맛'이라 이런 모습까지 꺼내서 여러분에게 보여드리자면 사회적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의 이 감정의 범람이 스스로를 맴돌고 어지럽게 할 때에는, 이 공간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잘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조금더 욕심을 내보자면, 이 공간에 담아낸 이 심정이 그대에게 닿아 지친 심장에 잔잔한 물결이 되어, 나와 공감하는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한 송이의 따뜻한 기운으로 피어올라. 당신의 마음과,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당신의 입가에 미소가 발하기를 바라요.


일상에 머물다, 문득 잠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돌아보다, 또는 다가올 내일을 생각하다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을, 끄적이고 싶은 이 작은 한 마디. 한 문장이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잠시 이곳에 닿을 내린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를.


하나의 작은 생각의 실타래가 누군가에게 잠시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내 생각과 일상과, 내가 바라보는 이 세상을 찍고 쓰려고 해요. 먼저는 나를 위해.  그리고 이를 모를 당신을 위해 보내는 이 작은 편지. 



그게, 내가 글을 적는 이유예요.

그럼. 편지는 이만 줄일게요.





* 추신. 꾸준히 써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저도 미세먼지 때문에 사진을 안 찍은 지 꽤 되었어요. 그래도 노력해볼게요. 사진가와 사진기에게 위협적인 날씨거든요. 글만 적는 날이 있더라도 종종 들려주세요.  


** 인스타그램에는 짤막 글로 올리는데 혹시 관심 있으신 분 있다면. 조그마한 편지지로 서로 어울려보지 않을래요? [초대장]  궂이 팔로워를 모으기 위한 것은 아니라서 관심이 없으시다면 이 공간으로 만족해셔도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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