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으로 그린 남편
한 살 많은 누나에게
부모의 손길을 내어주고
한 번을 울지않아 바닥에 고이 누워있던 간난 아이는
누워 있던 바닥에 눌려
뒷통수가 납작하다.
한창 부모에게 떼를 써야할 열 살,
시골에서 도시로 유학을 떠나
고모집 이모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어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부모에 대한 반항심보다
애뜻함을 먼저 배운
가여운 사춘기 소년은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친구들이 세상 거침없이
도전과 모험을 즐기던 스무살
아버지의 암 선고에
가슴 졸이며 병원을 오가다 청년이 되었다.
뒷통수가 납작한 남편은
남의 마음을 헤아리며
모진 소리 한 번 해보지 않고
사십이 되었다.
한 번을 울지 않고
떼쓰지 않고
그저 타박타박 걸어 사십에 당도했다.
납작한 뒷통수에도
조금씩 희끗한 새치가 보인다.
뒷통수 만큼 납작해진 그 마음을
보드랍게 매만져 둥글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