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를 소개합니다 1
그 일, 다들 잊었는데
나만 아직도 생생한 것 같을 때 있잖아요.
머리는 "이제 지났어"라고 말하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는 느낌.
저도 그래요.
오래 기억하는 편이거든요.
좋았던 순간의 온기도,
아팠던 장면의 떨림도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사건 자체보다는 그때 느꼈던 '감정'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천천히 가는 존재예요.
조금 느리고,
조금 조심스럽게
코끼리 이야기
코끼리는 긴 세월이 흘러도 지난 시간을 잊지 않는 존재예요. 몇 해 만에 다시 만난 가족이나 친구를 냄새와 낮은 울음소리만으로 단번에 알아봐요. 수년 전에 헤어졌던 무리를 다시 만나게 했더니, 코끼리들이 서로의 코를 맞대며 반가움을 표현했대요. 그동안의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는 기억력이에요.
하지만 코끼리는 좋은 기억만 간직하지는 않아요. 예전에 겪은 위협이나 고통도 깊이 각인돼요. 밀렵꾼의 공격을 겪은 코끼리는 그 지역이나 비슷한 소리, 냄새에 다시는 가까이 가지 않는대요. 몸이 먼저 움찔하고 경계하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코끼리를 "기억의 동물"이라 부르기도 해요. 그 기억은 단순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그때 느낀 감정과 냄새, 공간 전체를 통째로 품은 채 남아 있는 거예요. 천천히 걷지만, 그 마음속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더디에게 기억이란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감정은 몸집을 돌아 나오느라 조금 느리고, 기억은 버릴 것 없이 쌓여 무겁습니다. 그래서 웃음은 종종 늦게 찾아오지만, 그만큼 한 번 머문 마음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