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y Jun 19. 2017

그럼 어디로 떠날 것인가?

2편, 아빠 맘대로? 아이 맘대로? 여행지는 어떻게 결정하지?

여행의 목적지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물으면 열 개의 여행에는 열 가지 사연이 있기 마련입니다. 

"휴가 일정을 이때 밖에 낼 수 없어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어요.", "호기롭게 여행을 준비했는데, 예산이 빠듯해서 일정이 짧네요.", "요즘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그냥 떠난 여행이죠.", 그렇게나 많은 이유만큼이나, 여행의 목적지도 천차만별입니다. 여행 기간을 고려해서 목적지를 정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예산에 맞추어 목적지를 정하고,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따라 목적지를 정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목적지를 어떻게 정해야죠? 어디로 떠나야 할까요?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들을 보면 '아이가 여행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가까운 곳부터 방문해보자'라거나, '아이가 여행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야한다.'라고 씌어있습니다. 교과서처럼 충실한 이야기죠. 저도 아이가 어릴 때는 멀미가 심할까 봐, 가까운 곳으로만 여행지를 정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벽화마을이 있는 곳을 찾기도 했는데요. 그다지 아이가 즐거워하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이들은 '아이가 고학년일수록 교과서와 학습과정에서 다루는 역사 유적과 자연환경, 영어 문화권에서 직접 영어로 소통해 볼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물론 이런 주장을 딱히 틀렸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여행에 대한 좋은 추억보다는 나쁜 기억을 심어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저는 장담합니다. 


영어를 가르치겠다며, 리조트에서 아이를 괴롭게 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실은 여행에 있어서 목적지를 정하는 가장 손쉽고,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은 '엄마가 가자고 하는 곳'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아니, 아무리 공처가 인생이라지만, 무슨 아이와 떠나는 여행의 목적지를 '엄마가 가자는 곳'으로 정하자는 걸까요? 이미 눈치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행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엄마의 행복'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직관'이죠.



아빠와 떠나도, 정서적 유대감은 엄마와 호흡하는 아이


아빠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서운할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무슨 일만 있으면 '엄마'를 찾을 때라고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길을 가다 무서운 걸 보면 "아이고, 엄마야!"라고 하지, "아이고, 아빠야!"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가 아빠와 아무리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어도, 엄마가 찌뿌둥한 표정을 하고 있다면 아이의 여행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100점 아빠도, 엄마보다 좋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이와의 정서적 연결고리는 아빠와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탄생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한 엄마와의 유대감이라는 건, 아빠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감정이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웃고 떠드는 즐거운 여행이 아이에게는 행복한 여행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사리 분별이 충분해진 나이의 어린이라면, 엄마의 찡그린 얼굴이 그날 저녁 아빠와의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충분히 알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주변의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성공하는 가족 여행의 비결은 '아내의 웃는 얼굴'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충분한 근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빠보다 더 많은 교감의 기회를 갖는 엄마에게는 현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도 모르게 인지하고 있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갖고 싶고, 먹고 싶다고 했던 것을 마트에만 가면 신기하게 기억하는 엄마의 능력, 아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본인의 취향보다 정확히 알아내는 능력 말입니다. 


아빠는 그늘에서 사진을 찍고, 딸애는 땡볕도 아랑곳 않는다.

아이와 떠나는 여행의 성공을 바라신다면, 1번으로 해야 할 일은 아내에게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갈까?"라고 물어보고, 아내의 뜻을 따라 정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아, 아내분께서 말도 안 되는 곳으로 떠나자고 이야기를 하신다고요? 아닙니다. 아내분의 말씀이 맞아요. 거기로 떠나세요. 아빠가 틀린 겁니다. 


여름에 동남아로 여행을 가자고 하는, 그것도 숨이 턱턱 막히는 적도 주변의 싱가포르로 떠나자고 하는 아내의 말에 결사반대를 한 달가량 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두 차례나 출장을 갔던 경험이 있는데, 택시기사가 "싱가포르에는 2개의 계절이 있는데, Summer와 Hot Summer에요. 지금이 Hot Summer죠."라고 했을 정도로 더운 것이 싱가포르의 여름입니다. 그러니, 아이를 데리고 싱가포르를 돌아다니는 것은 극기 훈련에 가까운 일이기에 반대를 했던 것이죠. 그러나, 결국 아이와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와우, 그렇게 즐거워할 수가 없더군요. (엄마가 쇼핑몰 거리에서 즐거워했기 때문이 그 이유라고는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무조건 아내의 말을 따르세요.



아이들은 하나가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 


제주도의 휴가철에는 호텔이며 펜션 모두 요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5성급 호텔의 경우에는 하루 숙박료가 4~50만원을 넘기도 하고, 렌터카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비싼 돈을 내고 지내게 된 제주도의 4박 5일의 여름휴가, 본전을 제대로 뽑기로 했었습니다. 5살 된 딸아이에게 짐보리도 시키고, 애완동물 먹이 주는 프로그램도 하게 하고,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은 입장료가 얼마든 차를 몰고 달렸습니다. 심지어 여행 일정을 30분 단위로 쪼개서, 해가 지평선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열심히 돌아다녔죠. 나름 보람찬 여행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딸아이에게 "이번 여행은 뭐가 제일 좋았어?"라고 물어보았습니다. 딸아이가 하는 말이 "호텔이 엄청 좋았어" 그러길래, 호텔에서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의 대답, "호텔 이불이 하얗고 뽀송뽀송해서 좋았어. 침대 위에서 점프한 게 제일 재밌었어"라고 말이죠. 아니, 그 비싼 돈을 부어서 제주도까지 갔는데, 달랑 침대가 그렇게 좋았다니...


아이들이 뭘 좋아할 지는 아빠의 이성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아빠가 좋다고 하는 것들 100가지를 늘어놓아도, 아이들이 뭘 좋아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하나라도 즐거운 것이 있으면 힘든 여행을 행복한 여행으로 바꿔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죠. 여행을 어디로 떠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웃으면, 그 여행은 늘 즐거운 여행이 됩니다. (알고 보니, 집에서는 엄마가 침대 위에서 뛰면 그렇게 화를 냈는데, 호텔 침대에서는 오히려 같이 뛰어놀았다고 하더라는 뒷얘기가...)


다음 편에는 목적지를 정했으면, 어떻게 일정을 짜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