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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Jun 14. 2017

아빠, 여행을 부탁해

1편, 아이에게 아빠와 여행을 떠난다는 것

회사원 그리고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늘상 바쁘고 지친다며 집에만 오면 늘어지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표정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늘상 바쁘기만 하고 놀아주지도 않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신 적은요? 0점짜리 남편은 그나마 참을 수 있겠지만, 0점짜리 아빠로 살아가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퇴근하면 저녁 9시가 넘기가 일쑤인데, 씻고 나서 첫째 영어 숙제 조금 봐주고, 둘째와 간단한 보드 게임이나 책 하나 읽어주다 보면 10시가 훌쩍 넘어서 재우기 바쁘답니다. 주말에는 청소하고, 장보고 집안 행사다 뭐다 하다보면 반나절 정도 놀아주는 것 외에는 시간내기가 쉽지 않죠.


아이의 기억 속에 우리 아빠들은 맨날 잠만 자는 사람으로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첫째가 묻더군요. “아빠가 차장이잖아, 그럼 차장이면 아빠 밑에 몇 명이나 일해?", 이런 걸 물어보는 적이 없던 녀석이라 왠일인가 했지요. 아마 친구들끼리 자기 아빠는 직급이 뭐고,부하직원이 몇 명인지가 경쟁이 붙었던가 싶었습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가 이어서 묻는데, “아빠는 왜 맨날 토요일에도 일하러 가?”라고 묻더니, “부하가 있으면 일시키고 집에 와야지, 맨날 바쁘대”라고 투덜거립니다. 아빠는 회사에 부하 직원이 있으면, 일을 시키면 되지 왜 주말에도 출근하는지 두 녀석 모두 서운했던 거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좋은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혼자서 독신생활을 하고 사는 기러기 아빠, 아이 학원비 벌기 위해서 특근에 잔업까지하며 라인에서 졸고 있는 엔지니어까지 각자 자기 위치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그렇게 살갑지도 않죠. 가부장적인 유교 사회에서 '아버지'라는 단어와 '아빠'라는 단어의 거리만큼, 중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아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자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들이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빠'라는 수컷은 육아 DNA가 부족하다.


아빠에게 가장 힘든 육아의 순간을 물어보면, 1순위로 아빠들이 힘들어 하는 순간은 '단 둘이 집에 있을 때'입니다. 이유는 아빠는 아이와 둘이 있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해합니다. 장난감을 들고 아이와 웃는 것도 쉽지 않고, 액체괴물을 만들어달라며 보채는 아이에게 그냥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대충 시간을 때우고 싶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유전적으로 수컷에게 육아라는 것은 학습되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유명한 유전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말하길 "포유류 중에 자기 자식을 알아보고 키우는 수컷은 인간이 거의 유일하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수컷은 자식만 낳아놓고, 어디론가 가버리거나 알아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포유류는 모계사회로 암컷이 육아를 담당하고, 수컷은 가족을 지키는 역할 정도만을 수행하죠. 그러다보니, 우리 인류의 짧은 역사 속에서 갑자기 '아빠'라고 불리우는 수컷이 '육아'의 역할을 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빠라고 불리우는 수컷들이 제대로 된 '아빠'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몇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아빠와의 유대감이 높은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고,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좌절했을 때에도 다시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와 관계가 돈독했던 아이들은 가정폭력이나 이혼 등의 문제를 겪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이와의 관계가 돈독한 아빠는 우울증이나 만성 피로같은 성인병이나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아이와 마주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이보다는 오히려 자에게 큰 힐링의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한다는 겁니다.


수컷 사자는 잠만 잔다. 오죽하면 "The lions sleeps tonight"이란 노래가 유명할까?

맨날 잠이나 자면서, 가끔 큰 소리나 쳐대는 '수컷 사자'로 사시겠습니까? 그게 아니면 내 아이의 아빠로 평생을 같이 하시겠습니까?








아이와 떠나는 여행, 아빠에 대한 인식을 바꾸다.


한 번 시간을 내서,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야?"라고 말입니다.

제가 처음 들었던 대답은 "틈만 나면 게임하는 사람", "맨날 늦게 자고, 집에 안들어오는 사람"이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들으실런지 매우 궁금합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아빠에 대한 그런 아이들의 인식을 바꾸고, 아이와의 거리를 줄여주는 방법을 찾아봐야죠. 저는 여러분에게 그 해법으로 '아이와 떠나는 여행'을 강력하게 권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첫째, 가족여행의 대부분은 아빠가 무거운 짐을 들고, 이정표를 보고 길을 찾고,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출퇴근하며 현관문을 드나들기만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됩니다. 농경/수렵시대의 가장의 역할을 현대사회에서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뜻입니다.


둘째, 여행에서는 일상을 떠나 온전히 가족끼리 마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주말마다 같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놀이동산에 간다고 하면 도움이 될까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텔레비젼도 스마트폰도 멀리 떼어놓고 자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것, 여행은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지도를 넓히고, 서로에게 다리를 놓아가는 일입니다. (누가 말했냐고요? 제가 말했습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아빠라는 동물은 선천적으로 '여행'을 좋아합니다. (이건 증명하라고 하지 마세요. 여행을 싫어하는 남자는 없어요. 실은 여행을 싫어하는 인간은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이지만요)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아이와 할 때, 행복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같이 할 수 있죠.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들을 행복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100점짜리 아빠'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 이제 보니 가장 중요한 '어떻게 여행을 준비할까?', '여행을 가면 뭘 해야하지?' 이런 얘기를 시작하지도 못했네요. 그 얘기들은 다음 이야기에서 소개시켜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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