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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틀에 가두면

쉽고도 어려운 나만의 틀 탈출기

by 삐약이

요즘 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 MZ 세대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나는 이 말이 뭔지도 모른 채 사용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을 MZ 세대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되자 그 말은 더 자연스러워져 내 입에 종종 붙는 말이 됐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 역시 MZ 세대일까? 나는 딱히 요즘 트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쓰는 유행어도 잘 모른다. 무엇보다 항상 뒤쳐졌다는 말을 듣던 나에게는 MZ 세대가 영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이 느껴지면서 껄끄러운 마음까지 주었다.

그러나 차차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MZ 세대라고 해서 무조건 요즘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더 MZ 세대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이 MZ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때로는 내가 '우리는 MZ 세대래' 하고 말하면 그게 뭐냐고 묻는 경우도 있어 굳이 MZ 세대를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 MZ 세대의 나이라고 해서 다 그 세대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더 그 세대를 앞서 갈 수도 있고 더 뒤쳐질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 버리지 않으면 더 좋은 결과가 되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에 나는 그 동안 내가 가져온 MZ 세대라는 생각을 벗어나기로 했다. 그저 나는 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자리잡자, 훨씬 더 편안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 그 동안 MZ 세대라고 너무 생각했던 게 오히려 나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준 거라는 걸 안 순간 나를 너무 MZ 세대에 넣으려 햇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경우에는 MZ 세대라는 말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나 자신을 그 세계에만 가둬두면 좋은 건 없다. 오히려 그 세계에 갇혀 성장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새삼 나를 돌아보면 나는 틀에 박힌 생각을 많이하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더 느렸고, 더 벗어나기 힘들었다. 예전보다 지금이 더 풍부한 생각을 하고 많은 걸 받아 들이려 하지만 그때는 받아 들이는 것도 제한적일 만큼 내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었다.

좋게 보이면 내 의지가 확고한 거고, 나쁘게 보면 너무 내 생각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요즘은 그걸 없애기 위해 다양한 뉴스도 보고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다. 소통이야말로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아서 여러 사람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다가 가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 입기도 한다.

그런데 상처 입는다고 다 두렵지 않앗다. 오히려 그 상처가 나를 더 한 뼘 자라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자, 더욱 더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게 됐다. 지금도 나는 SNS에 내 일상을 적고 작지만 사람들과 글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나를 더 알리고, 시각장애인에 대해 알리는 걸 하는 중이다.

내 방식이 다 옳은 건 아니라 때로는 쓴 소리가 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 쓴 소리마저 감사한 이유는 그 소리도 나를 생각해주는 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나를 생각하지 않고, 내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 쓴 소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쓴 소리에 귀 기울이고 댓글이 달리는 순간이 너무나 고맙다.

누구나 자신의 세게가 존재한다. 그 세계에서만 있을지 아니면 조금씩 밖으로 나올지는 본인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더 힘을 내야 한다. 자신의 세게에서 나오는 건 무척 어렵고 두려운 일이니까.

나도 그랬다. 내 세계에서 낯선 세게로 나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인들의 도움과 내가 나오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서였다. 앞으로도 나는 그 의지를 잃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할 수 있는 걸 찾고, 해보고, 가끔은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거창하게 뭔가를 잘 해서 남는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남아 사람들 사이에 스며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막연히 스며 들어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게 아니라 단단히 스며 들어 사람들 기억에 남아 있고 싶다. 그래서 나를 추억할 때 즐거운 이미지였으면 좋겠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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