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연한 것들에 대하여

무엇이든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by 삐약이

나는 어릴 때부터 불평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주변에서도 나에게 “너는 참 불편이 많아” 라고 할 정도로 불평과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늘 부정적인 아이, 때로는 한숨을 쉬게 하는 아이로 통했다. 어떤 날은 주변인에게 쓴 소리를 듣기도 할 만큼 때 불평과 불만은 너무나 많이 넘쳐 흘렀다.

변명을 하자면 그 때는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가 없었다. 그저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고, 모든 게 다 자연스러운 건 줄 알았다. 내게 오는 도움의 손길이 당연한 거고 나는 눈이 불편하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고, 사회에 나오니 그게 얼마나 잘못된 건지를 알았다. 정확히는 대학 때 친구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그 배움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쓴 소리가 나를 변화 시켰고,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받던 도움과 혜택이 모두 감사한 거라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나를 돕는 게 때로는 힘들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기도 했다.

나는 도움을 받기만 하면 되지만, 주변인들은 나를 돕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고 그것은 때로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내가 받는 도움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내가 받는 도움 속에는 수많은 배려들이 있다는 것을.

장애인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사실 불가피한 일일 수 있다. 비장애인보다 느리고, 못하는 게 있을 수 있어 항상 도와 달라는 말을 하는 게 장애인들의 삶에 한 방식이 된 것도 있다. 그러나 그 도움들 속에는 늘 배려가 있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다.

장애가 있다고 무조건 도움을 받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도울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다. 장애인보조기기가 잇어 할 수 잇는 일들도 늘어나고 있고 도움보다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시설도 그렇고 시선도 그렇고 부족한 면이 많이 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오히려 상처를 받고, 더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다. 장애가 잇어도 그 속에서 할 수 잇는 게 있고, 언젠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예전보다 장애인 인식 개선 운동도 많아졌다. 여러 장애인들이 강단에 서서 자신의 장애를 말하며 ‘우리도 다르지 않아요’ 하고 말하는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이 생겨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조금이지만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잇다. 그것은 내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글로 적을 수 없을 정도다. 때로는 나조차 화가 나는 일이 있기도 한데, 그럴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아직도 장애인에 대해 이렇게 모를까 하고. 장애가 있다고 다 모르는 게 아니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럼에도 밖에 나갈 때 느끼는 게 잇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시각장애인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 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나마 조금 아는 사람들이 잇다. 때로는 주변 가족이 장애가 있어 장애인에 대해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장애가 부끄러워 보이지 않으려 했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반응이다. 앞으로 장애인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때로는 상처 받고, 울고 싶을 때도 잇을 것이다. 아프기도, 화가 나기도 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장애인으로 사는 이상 내 삶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시각장애인도 살아가는 노하우가 있어요.’

‘장애인은 절대 동정의 대상이 아니에요.’

내가 쓴 글처럼 장애가 있다고 불행한 게 아니다. 장애가 있어도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고 나도 그런 사람들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

시각장애 뿐 아니라 어떤 장애라도 불행하지 않은 건 그 속에 자신의 삶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최근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그렇기에 나는 이 글에 조심스레 적어 본다.

장애가 있어도 웃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절대 도움만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 도움을 늘 감사할 줄 알고, 도움을 주려 노력한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지만, 도움을 받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 도와주고 함께 걸어주는 이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숱한 도움을 받게 되겠지. 그 도움을 늘 당연히 여기지 않고, 감사하며 사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크진 않아도 작은 도움을 줄 수 잇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 해 본다.

keyword
수, 금 연재
이전 27화인비전글래스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