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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친 걸로만 생각했는데

조울증을 진단 받기까지

by 삐약이

가끔 무기력이 찾아올 때마다 생각한 게 있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걸까?'

그저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치고 무기력해서 늘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던 시절에 늘 하던 생각.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에는 엄마와 자주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넌 애가 왜 그렇게 게을러! 밤에 도대체 안 자고 뭐 하는 거야?"

"그냥 좀 놔두면 안 돼? 나도 자고 싶은데 잠을 못 자는 걸 어쩌라고!"

한없이 이어지는 싸움에서 승리자는 없었다. 그저 감정만 상한 채로 서로를 외면하는 걸로 싸움이 끝이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도중, 친구의 소개로 정신건강보건센터에 가게 됐다. 그곳에 가면서도 그저 별 일 없을 거라고 여겼다.

'내가 무슨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겠어? 그냥 단지 좀 지쳐서 그런 거겠지.'

이런 생각으로 간 센터에서 나와 마주한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계시다 "조울증 초기 증세 같은데?"라고 하시며 나를 당황 시켰다. 조울증이라니, 생소화면서도 생소하지 않은 이름이 내 귀를 강타하며 내 안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나는 첫 상담에서 조울증 진단을 받고 그 선생님이 계신 병원으로 며칠 후 진단을 받으러 갔다. 예상대로 나는 조울증이 맞았다. 그래서 그날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조울증이 아닌 Adhd로 다시 판정이 내려졌지만 그 당시 조울증약을 먹으며 효과가 있다 없다를 반복해 약을 바꾸는 과정은 나를 정말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약이 맞는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약을 먹으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나를 느끼고 있다.

이제는 밤에 세상을 등 지고 싶다는 생각도 없고, 내 몸에 상처를 내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그저 밤마다 홀로 울며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도 이제는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정신적인 문제는 진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늘 의사 선생님과의 신뢰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가 자신의 상황을 밝히지 않는다면 의사와의 신뢰도는 더욱 더 안 좋아질 거고, 그렇게 되면 증상은 더 악화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만일 전신적으로 아픔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의사와의 관계를 잘 맺었으면 좋겟다. 그래야 맞는 약을 찾고 그 약을 통해 내가 변화 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약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약은 어떻게 보면 노의 호르몬을 잡아주는 거고,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 것도 존재하기 때문에 약 하나만으로 낫는다고 생각하면 아니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내가 약을 먹으며 느낀 감정과 Adhd가 되기 전의 내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이 이야기가 정답이 될 수는 없어도 이 글을 통해 사람들이 정신적 아픔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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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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