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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어도 변함 없는 마음

언제나 변함 없는 마음으로

by 삐약이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많이 들어본 말은 '불편하겠다'였다. 난 괜찮은데 주변에서는 나를 도움만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봤고, 과하게 도움을 주려 하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자세를 설명하고 그 설명을 듣고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일도 많이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이 모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로의 장애 정도를 알고 도움을 주거나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스스럼 없이 눈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에게 눈에 대한 건 민감 하면서도 당연한 게 돼 버린 아이러니한 일상이 존재한다.

마치 두 가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시각장애인은 살아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안고 있음에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각장애인들을 나는 많이 만나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작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불행한 건 아니다. 그 장애를 통해 살아가는 게 달라질 뿐, 전혀 불쌍하지 않다. 물론 힘들 수는 있다. 나 역시 내 장애로 인해 힘든 게 있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할 땐 좌절감이 들기도 하며 때로는 한 없는 우울감이 찾아와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삶을 부정하진 않는다. 내가 장애가 있다 해서 불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늘 말하듯 조금 느릴 뿐이다. 생각하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다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뭐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하는 일들을 대단하다고 하며 장애를 극복 했다고 말한다.

장애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노하우를 터득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장애가 극복 되는 거였다면, 난 진즉 내 장애를 없애고 평범하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내 장애는 극복하는 게 아닌 노력하며 함께 살아가는 장애다. 병원에서 나을 수 없다고 했으니 앞으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내 장애에 대한 미련이 없는 편이다.

다른 장애인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장애인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장애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지 극복해서 낫는 게 아니다.

아직 나는 많은 인생을 살지 못했다. 그러나 내 장애로 인해서 무너지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젠 장애와 함께 산다는 의미를 조금은 알 나이가 됐기에 그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보려 한다.

나도 나이를 먹어 벌써 30살이 넘었다. 만 나이로 세게 돼 30살이지만, 원래 나이는 31살인 어엿한 성인이다. 그래서 더 내 행동에 조심하게 되고 밝게 행동해도 그 속에 성숙함을 담고 싶은 나이다.

장애가 있어도 나이를 먹고 생각이 깊어지는 건 모두 똑같다. 그렇기에 장애가 있어서 순수하다는 말 역시 옳지 않다. 이제 사람들이 장애인을 보며 불쌍해하는 시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저 세상에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대해주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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