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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g Apr 29. 2022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

북저널리즘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


발행일: 제1판 제1쇄 2018년 11월 12일

지은이: 김보라

펴낸곳: (주)스리체어스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43 8층



-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분의 예선 심사 위원 남다은은 다음과 같은 심사평을 적었다. 


 지난 몇 년간 심사했던 영화드로가 비교해 올해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은 확연히 미흡해 보였다. 학교 폭력과 취업난에 대한 고민이 대다수였던 지난 몇 년의 경향과 달리, 올해는 유독 집과 관련된 주제가 많았다. 이 화두는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금 젊은 감독들이 현실을 영화화할 때,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과제처럼 보였다. 집을 버리고 나온 어린 아이들, 돌아갈 집을 갖지 못한 채 방치된 아이들, 집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거나 쫓겨난 청년들, 무너져 가는 초라한 집에서라도 버티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 그리하여 결국 거리를 집으로 삼거나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탈출하는 방법 이외에는 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수였다. 학교나 성 정체성, 취업에 대한 고민은 집의 문제에 비하면 부차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인간의 생존과 결부된 가장 기본적인 문제 앞에서 이들은 누구의 보호도, 도움도 받지 못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위험에 노출된 채로 견디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들의 엔딩은 언제나 무력하게, 어떤 답도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멈춘다. 어쩌면 생존만이 유일한 목표가 된 상황이, (과하게 말해) 미래의 잠재적 노숙자들의 빈곤한 현실이, 달리 말해 인간의 기본권 앞에서 조차 발버둥 쳐야 하는 상황으로의 끔찍한 후퇴가, 과감하고 독창적인 영화적 상상력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86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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