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나를 위한 노래
1판 1쇄 발행 2022년 11월 20일
지은이 이석원
펴낸곳 마음산책(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3안길 20)
- 저는 이 세상의 행복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요. 하나는 어른의 행복, 또 하나는 아이의 행복입니다. 아이들은 신나고 재밌고 맛있으면 행복합니다. -중략- 어른들은 행복하려면 일단 고통이 없어야 합니다. 근심, 걱정, 불안 이런 게 없어야 한다는 거죠. [15p]
- 저는 작가로서 '상식'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상식이라는 게 얼핏 보편적인 개념 같지만 현실에서는 상당히 주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습니다. [20p]
-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이처럼 타인의 어떤 행위에 대해서, 심지어는 한 인물의 삶 전체에 대해서까지도 그저 문장 하나, 단어 하나로 뭉뚱그려버리는 세태가 만연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행위를 요약의 폭력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태도가 특히나 폭력적인 이유는 수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25p]
- 결국 거리 두기와 거절 이 두 개만 잘해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줄일 수가 있다는 것인데, 사실 어떤 문제의 답이 너무 간단하면, 그건 현실에 적용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해법은 단순해도 이 세상은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죠. [45p]
- 요약이라는 건요, 당장 받아들이기에 간편할지는 몰라도 필연적으로 오해와 단정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저는 우리가 이미 그런 몰이해가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행위들이 점점 더 만연하게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어떻게 될까요.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큰 정신적 고통을 느낍니다.
때문에,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지금과 같은 한,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보는 거죠. [51 ~52p]
- 사람은 기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피해자의 위치에 놓으려는 본능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뭔가 잘못을 한 연예인들이 대중을 상대로 사과를 할 때에도, 자기가 가해자인데도 스스로를 피해자처럼 인식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거든요. 자기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받는 남들의 질타를 시련으로 받아들인다고 할까요. 그래서 연예인이나 우리나 다 같은 사람이다 보니 그저 보통 사람들도 누가 자기한테 문제를 제기하면 내가 잘못했구나가 아니라 얘가 나를 공격하는구나, 이렇게 회로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게 사람의 본능인 것인가, 싶은 거죠. [65p]
- 내 인생은 내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생에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100퍼센트는 아니거든요. 인생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타인과 세상, 환경, 또 너무 중요한 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 결과란 얘기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세상 모든 게 나 하기 나름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잖아요. 저도 그래서 계속 제 탓을 했던 겁니다. 나 때문이야. 내가 준비 없이 살아서 이 모양이 됐어. [75p]
- 저는 내 것이 담긴 '작품'보다는 세상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공장에서 일정한 틀에 찍어낸 규격품 같은 곡들을 만들고 싶었죠. 대중들에게 접근이 어려운 작품보다는 좀 뻔해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 수 있는 히트곡을 원했거든요. 그런데 또 그런 걸 만드는 데는 재주가 없었는지 뭘 내놓으면 사람들은 늘제품이 아니라 작품 대접을 해주더라고요.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는데. [86p]
- 작은 서점에 가면 누가 나를 꼭 알아봐서가 아니라 주인이나 다른 손님들을 어떤 식으로든 의식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소위 말하는 트렌디한 서점 같은 곳엘 가려면 괜히 옷도 아무렇게나 입고 가면 안 될 것 같고 이래저래 편하지가 않은 거예요. [95p]
- 사람은, 외롭고 때로는 각박하기까지 한 삶을 살면서 자기를 증명하느라 애를 써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의심하고 외면하거나 불러주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럴 때 어느 한 명,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떄의 그 감동은 평생을 갑니다. [111 ~ 11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