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어학연수 제2장 #3 몰타트레킹(4) 뽀바이지 빌리지 - 골든비치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3 몰타트레킹(4) 뽀빠이 빌리지에서 골든비치까지 트레킹
어린아이들이 가장 먹기 싫어하는 시금치를 먹도록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뽀빠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뽀빠이'를 안다면 그대는 나와 같은 연령대다. 설령 영화 '뽀빠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몰타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여행지인 스폿인 뽀빠이 빌리지와 골든비치를 소개합니다. 걸어서 만났기에 더욱 특별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로만배스를 보자고 나선 트레킹이었지만 로만배스 하나만 보고 오기에는 아쉽기에 J는 오전에는 로만배스를 보고 점심 먹고 난 뒤 오후에는 뽀빠이 빌리지에서 골든비치까지 트레킹을 제안했다. 그야말로 하루종일 트레킹인 셈이지만 몰타를 크게 한 바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나로서는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다만, 뽀빠이 빌리지와 골든비치는 몰타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인데 이곳을 걸어서 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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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곳에서 뽀빠이 빌리지까지는 1.5km. 버스가 있지만 걸어서 약 20분 거리니 소화도 시킬 겸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도로 옆쪽으로는 농사를 짓고 있는데 감자, 브로콜리, 대파, 보리 등등 농가적인 풍경과 어우러지는 지중해 바다의 풍경이 정말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흠이라면 날씨가 흐려 지중해 바다의 아름다운 색깔을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절벽에도 구멍을 뚫고 뭔가 만들어 놓은 것이 보인다. 완전히 깎아지른 절벽인 데다가 얼핏 봐도 사람이 접근할 수 조차 힘든 곳인데 도대체 무슨 용도일까 궁금했다. 로만배스도 저런 절벽 아래에 만들어져 있는데 말이지. 한가롭게 풀 뜯어먹는 말이 보이니 제주도 풍경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몰타는 강화도 크기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동서남북이 전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뽀빠이 빌리지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현무암이 없다면 사진으로만 보면 제주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뭔가 보니 노지 딸기가 자라고 있었다. 임자르쪽에서 딸기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그쪽에만 심는 줄 알았더니 북쪽인 이곳에도 딸기농사를 짓고 있어 신기했다. 노지 딸기 밭을 지나고 얼마 걷지 않아 뽀빠이 빌리지에 도착했다.
정녕 저곳이 뽀빠이 빌리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초라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큰 마이크 소리도 들리고 사람들이 지리는 소리도 들리는데 테마파크는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 있는 건물은 매표소인데 사람들은 매표소가 아니라 건물 옆으로 걸어가고 있어서 사람들을 따라가니.... 와-... 비로소 사진으로 보던 뽀빠이 빌리지가 절벽 아래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뽀빠이'의 인기는 대단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지는 '뽀빠이'는 엄마들에게는 구세주였다. 시금치를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그보다 더 좋은 당근은 없었으니 말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한 뽀빠이가 워낙 인기가 있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그야말로 전세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간이 어마무시하게 흘렀는데도 '도와줘요 뽀빠이'라고 외치는 여자 주인공 '올리브'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으니 어느 정도 인기였을지 짐작이 될 듯하다. 참고로 이상용 아저씨(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듯) 별명도 '뽀빠이'였다.
'뽀빠이' 애니메이션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파라마운트에서 영화로 제작하면 몰타에 영화 세트장을 지었고 영화 촬영 후에는 이 영화세트장을 현재까지 테마파크로 운영하고 있다. 뽀빠이 빌리지 테마파크에서는 다양한 행사나 페스티벌도 있어서 어린 자녀들이 있는 경우는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언덕 위에서 뽀빠이 빌리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보고 '뽀빠이 빌리지'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나 역시 뽀빠이 빌리지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겼다. 사진은 멋진데 실장은 바로 아래가 절벽이고 낭떠러지라 추락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여름에는 이곳에서도 수영이 가능해 엄청난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처럼 흐린 날이 아니라 맑은 날이면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와 어우러지는 뽀빠이 빌리지는 누구라도 담아가고 싶은 풍경이다.
뽀빠이 빌리지를 배경으로 여러 장의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골든베이까지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다. 몰타의 경우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데 그중에서도 골든베이는 아름다운 모래해변으로 유명하다. 구글 지도는 뽀빠이 빌리지에서 골든베이까지 약 5.5km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걷기에는 적당한 거리인 데다가 이 지역은 몰타의 서쪽이라 유명명소가 아니어도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코스다.
뽀빠이 빌리지가 뒤로 점점 멀어진다. 처음에는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살짝 오르막이었다. 걸을 때는 경사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는데 한참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경사가 꽤 된다. 걸어온 길이 아스라이 보이니 광활한 미서부 사막지대 어느 한 곳을 떼어놓은 듯 몰타가 아닌 것 같다.
이런 길을 누가 걷겠나 싶었지만 의외로 이 트레킹 코스를 걷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몰타 현지인도 있었고 외국인도 있었다. 날이 흐려서 지중해 특유의 푸른 바다와 하늘은 볼 수 없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걷지 않아 차라리 흐린 날씨라 다행이다 싶었다. 나무도, 그늘도 없는 지형이라 날이 맑았다면 무척 힘든 트레킹이었을 것이다.
몰타는 나라도 작은데 돌이 많은 지형이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개간이 가능한 곳은 척박한 곳이어도 자투리 땅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걷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간간히 트레일 코스를 안내하는 표지판도 보인다. 도로의 맨 끝에 올라서니 절벽을 따라 걷는 코스가 이어진다. 내가 살고 있는 세인트 줄리앙에서 임디나를 거쳐 딩글리 클리프까지 걸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몰타의 속살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도 현실감이 전혀 없다. 날씨마저 흐리니 풍경은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화성에 초록 식물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오만가지 상상력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사막 같은 건조함과 강한 바닷바람에도 버티고 살아남은 식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날카로운 가시로 날을 세운다. 흐린 날씨, 더 흐리게 불어오는 지중해의 바람, 메말라 버린 땅에서도 꽃은 피어냈다. 거친 삶이어도 다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곳은 지구가 아닐지도 몰라.'
내가 걷는 것인지, 풍경이 나를 이끄는 것인지 절로 걷게 되는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임을 직잠적으로 알았다. 그렇게 완전히 색다른 몰타에 완전히 빠져 들었다.
절벽 해안을 따라 걷기 시작한 지 약 1시간 30분 정도 지나 지칠 때 즈음 골든 베이가 얼굴을 드러낸다. 몰타 최고의 여름 휴양지인 골든 베이는 철 지난 바다처럼 한산했다. 다행히 한 군데 카페가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모처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은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물먹은 솜처럼 몸이 늘어진다. 이때 필요한 건 '알코올!'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온몸이 반응한다.
덧. 몰타에 있는 동안 골든베이는 정말 자주 갔었다. 특히 골든베이에서 이어지는 해안선은 몰타 최고의 트레킹 코스이자 환상적인 일몰 스폿인데 차차 소개하겠다.
+ 다음 이야기 : 마샬셜록, 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몰타 어시장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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