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무한한 가능성이란 개념을 체화하듯 익혀왔기에 '불가능'에 대해 생각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들 중 대부분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 이 순간에는 말이다.
할 수 있다고 믿지만 할 수 없는 것의 예로는 이런 것이 있다. (제법 오래 공부해서) 알 것 같지만 해본 적은 없는 것들, 들어만 본 것들, 이미 해본 것과 유사해 보이지만 모호한 부분이 하나 이상 있는 것들.
구체적으로 나는 우선 홈페이지를 만들 수 없다. 이미 배우고 익힌 것을 생각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나는 '아직' 홈페이지를 만들 수 없다. 비슷한 예로 제품 사진을 찍거나 상세 페이지를 (거의) 만들 수 없다. 해본 적은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제품의 사진을 찍고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일에는 오랜 시간의 머뭇거림이 필요하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만들 수 없고, SNS를 꾸미고 관리할 수 없으며, 웹서비스 또한 만들 수 없다. 장편 소설을 쓸 수 없고, 외주 작업을 맡길 수 없으며(요건 최근에 진행했으므로 제외), 택배 계약을 할 수 없다. 그간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할 수 없는 것은 이렇게 많다.(실제로는 더 있겠지)
그럼 할 수 없다에서 끝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할 때 그것을 하는 방법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와는 다를 뿐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이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비용이 발생하고, 일정 부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함께 발생한다. 나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고, 이해 정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일 수는 있다. (물론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치르기도 한다)
둘째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내가 할 일의 폭을 좁히고, 그것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외부에 일을 맡기는 것과 유사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직접적인 비용과 커뮤니케이션 비용 모두 아낄 수 있다. 경험하고 들은 것이 많을수록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많아 보이고, 그것을 하나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데, 실제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나의 일에 혹은 삶에 꼭 필요하거나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부가 요소이고, 있으면 더 좋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 방법은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방법인데, 이는 비용은 지불할 수 없지만 해당 일을 꼭 해야 할 때, 혹은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일 때 고려해야 할 방법이다. 이 부분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계획이 크고 거창할수록 그 계획은 더 많이 어긋나게 되는데, 이 부분을 간과했을 때 일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 자체에서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자각이 중요하다. 감당할 수 없는 계획을 버리고, 매우 작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로 시작해야 할 수 없던 일을 겨우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할 수 없는 일임을 자각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해본 적 없는 일을 모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쉽게 되면 좋은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눈을 감고 그것을 하는 장면을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듯 자세히 구석구석 상상해 보면 된다. 한 순간이라도 점프가 있거나, 손끝 하나, 한 부분이라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 역시 실제로는 하지 못할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그런 일은 과감하게 할 수 없는 일로 분류해야 한다.
해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없는 일로 분류된다면, 이후에는 누가 들어도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라고 할 정도의 간단한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스텝을 최대한 잘게 나누고, 모호한 부분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며, 중간중간 쉬어가는 포인트, 중간 결과물을 도출할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중간에 좌절하지 않고, 작은 성취를 쌓아가며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오늘 할 일'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류하자. 일과를 마무리하며 내일 일을 계획할 때도, 일주일을 정리하고 다음 한 주를 계획할 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