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육성 시뮬레이션 기록 005
지난 글 '나만의 시스템 만들기 1'에서 2018년에 했던 시도를 정리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어서 2019년의 시작과 함께 어떤 시도를 추가적으로 혹은 새롭게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도 역시 2019년의 첫 기록이 있는 1월 3일의 기록에서 시작한다.
2019. 01. 03
시간을 분절해서 사용하자
하고 싶은 일을 우선 정하고, 이를 잘 분절해서 해야 할 일로 나누어 진행하자
올해 해야 할 일을 정해보고, 매월 초,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정해서 진행하자
기록에 명시적으로 나와있진 않지만 이 무렵 마치 초등학생이 방학 시간표를 짜듯 아래와 같이 일과 시간표를 짰다.
06:00~08:00 - 기상, 스트레칭, 아침 식사, 샤워 후 일과 준비
08:00~08:25 - 세션 01
08:25~08:30 - 휴식
08:30~08:55 - 세션 02
...
12:15~13:15 - 점심 식사
13:15~13:40 - 세션 09
...
17:00~18:30 - 저녁 식사
18:30~18:55 - 취미 01
18:55~19:00 - 휴식
...
21:20~22:00 - 일과 정리 및 취침 준비
22:00~06:00 - 수면
어린 시절 시간표를 짜 놓고 잘 지키기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런 시간표가 과연 효과가 있긴 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 시간표 덕분에 일과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하루를 정확하게 이 시간표대로 살지 못하더라도 시계를 보고 '지금은 무엇을 하는 시간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흐트러지는 일과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가 늘어지거나 일과 준비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8시에 가까워지면 빨리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업무 상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아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시계를 확인한 후 다음 세션부터는 비교적 쉽게 마음을 다잡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충 어떻게 행동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는 것과 하루를 작게 나누고, 각각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었다. 시간표는 의지가 약해지고 여러 유혹으로 일과가 무너지려 할 때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과 시간표는 기록을 하거나 하나의 일을 하다 언제쯤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혹은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것도 쉽게 해 주었다. 5분 단위로 기록하고, 한 세션이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이 명확하다 보니 기록을 할 때에는 별생각 없이 해당 숫자를 노트에 적으면 되었고, 한 세션이 시작할 때에는 언제 휴식을 취할지 종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덧셈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 전에는 8시 32분에 업무를 시작하고 25분간 진행한 후 휴식을 취한다고 했으면 32+25 = 57이라는 계산을 해서 8시 57분에 휴식을 취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사소하지만 이런 자잘한 계산이 에너지를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연초엔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저녁에는 잦은 외부 일정으로 10시에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가끔 6시가 훨씬 지난 시각에 눈을 뜨거나, 6시에 깨었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눈을 뜬 후 바로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식사와 샤워를 한 후 일과 준비를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를 시작하는 하나의 패턴이 만들어졌다. 이 부분은 이후 알람 소리에 맞춰 몸을 일으키고 목을 뒤로 꺾어 스트레칭을 시작하는 것으로 굳어져 아침을 시작하는 습관이 되었다. 한 번 습관이 만들어지자 자연스레 눈을 뜨는 시간이 일정해지기 시작했다. 전날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에서도 스트레칭을 하며 쉽게 잠에서 깨게 되었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자 하루의 시작이 균일해지고 일과를 동일한 패턴으로 이어가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한편, 시간표를 짜고 난 뒤 바로 다음 주부터 지난해에 진행했던 정부지원사업의 지출 증빙 자료를 취합, 정리하여 정해진 양식에 맞게 작성하는 일을 해야 했는데, 이 일을 수행하면서 보다 쉽게 새로 만든 시간표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해당 일은 일주일에 걸쳐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25분 업무, 5분 휴식으로 짠 시간표에 맞춰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느껴졌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시간표가 효용이 있다고 느끼게 되자 해당 업무가 끝난 후에도 시간표를 꾸준히 지키려 노력할 수 있었다. 만약 그즈음에 외부에서 하는 업무가 많았다면 시간표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쉽게 잊혔을 수도 있다.
2019년의 시작 즈음에는 시간표를 작성하고, 해당 시간에 맞춰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매주 일요일을 통째로 비워 한 주를 정리하고 다음 주 계획을 짜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주간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한 주의 기록 정리하기 2'에 상세하게 정리해두었다.) 다음 한 주 계획은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로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작성하였다. 다만 이전에는 그저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최대한 나열하고, 그 가운데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웠다면, 이번에는 해야 할 일을 나열한 뒤 한 시간 이상 시간을 들여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일로 분류할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꽉 막히는 느낌이었지만, 어차피 적어 놓은 리스트를 다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민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니 꼭 해야 하는 일과 아예 무시해버릴 일이 비교적 쉽게 나누어졌다. 이런 계획의 경험이 쌓이자 다음 주에 해야 할 일에서 더 중요한 일을 추리는 일이 조금씩 쉬워졌다.
여기에 더해 해당 리스트를 약속 등 외부 일정을 고려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적절히 분배하는 시도도 했다. 주로 월, 화요일 일정에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배치하고, 수~금요일 업무는 월, 화요일 업무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는 형태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새로운 시도는 작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만큼 다듬어졌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림을 기록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했기에 최대한 현실적인 계획을 짜기 위해 노력했다. 할 일 목록을 짧게 추릴 수만 있으면 계획대로 한 주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무지 지킬 수가 없다.
주간 계획의 방법을 개선하고 3주쯤 흘렀을 무렵 이런 형식으로는 도저히 주간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 그랬다. 주간 정리를 하면서 보면 한 주동안 부지런히 일을 했음에도 계획의 반은커녕 맨 앞의 몇 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이번 문제의 원인도 작년의 실패의 원인과 마찬가지로 업무를 충분히 잘게 쪼개지 못했고, 외부 요인을 잘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할 일 목록을 잘 가지 쳐서 줄이기만 하면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나머지 두 가지 요인을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3주가 지난 시점에 새로운 시도를 하나 덧붙였다.
3주가 끝날 무렵 차주 계획을 세우며 4주 차를 위한 주간 계획표를 만들었다. 주간 계획표는 주기적으로 해야 할 일과 그 주에 꼭 해야 하는 일에 먼저 시간을 할당하고, 나머지 슬롯을 통해 내가 얼마나 업무와 취미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작성했다.
당시에도 계획한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심했지만, 딱 '이거다!'라고 할 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계획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우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주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이런 계획표를 시도해보았다. 실제로 이렇게 매 25분을 하나의 슬롯으로 나누고 주기적인 일이나 약속 시간을 표시하고 나니 한 주의 흐름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계획표만으로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여전히 계획은 미완성인 채로 남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갑작스러운 요청은 나의 한 주를 휘젓고 다녔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계획표 작성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기존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 작성했지만 마치 약속이 빼곡한 사람의 스케줄러처럼 나 자신과의 약속으로 시간표를 가득 채운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최장 2시간짜리의 일로 잘게 나누고 그 일을 업무의 순서나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주간 일정 속에 빼곡하게 배치했다. 이렇게 계획표를 만들면 외부의 갑작스러운 요청도 썩 잘 거절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당 시간에 마치 약속에 나가듯 해당 업무를 하기만 하면 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만 같았다.
결과적으로 이 계획표는 이때 단 한 번만 만들었는데, 너무 자잘하게 업무 일정이 나뉘어 있음으로 해서 하나의 일이 밀리는 순간 다른 일이 연쇄적으로 밀리면서 계획표가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월요일에 마무리하려고 했던 업무가 한 주가 넘게 이어지면서 다음 주를 제대로 계획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처럼 시행착오가 많은 업무를 하면서는 계획을 좀처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이렇게 타이트한 계획을 짜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9번째 주를 보낼 무렵 내가 지금 급한 일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런 생각을 꽤 오래, 그리고 자주 했었는데, 그저 마음으로만 '어떤 일이 더 중요하니 그 일에 조금 더 신경을 쓰자'라고 생각할 뿐 어떠한 실천적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9주 차에 와서 문득 해야 할 일을 주욱 적어놓고 해당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를 표기해놓고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표를 작성했다.
(원래는 각각의 일을 좌표 평면 상에 뿌려볼 생각까지 했는데, 모든 값이 정수이다 보니 겹치는 점들이 많아 각각의 일이 잘 분리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부분은 포기)
각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상대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대충 작성한 뒤 '난이도 오름차순 -> 중요도 내림차순'으로 정렬하고 나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한눈에 보였다. 반대로 '중요도 내림차순 -> 난이도 오름차순'으로 정렬하니 비교적 쉽다고 느끼는 일 중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10주 차부터는 주간 계획표에 더해 이 중요도x난이도 표를 '중요도 오름차순'과 '난이도 내림차순', 두 가지 버전으로 출력하여 계획으로 활용하였다. 다만, 이때부터는 이 목록을 한 주에 처리해야 할 일이라기보다는 우선순위를 나타내는 일로 여겼고, 매주 새롭게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한 일을 따로 분리해서 저장하고, 새로 해야 할 일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업데이트해나갔다.(시간이 지나면서 '난이도 내림차순' 버전은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표를 작성하고 한동안은 썩 만족스러웠다. 해야 할 일이 한눈에 보이고, 목록 아래 있는 것들은 상대적으로 무시해도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업무가 충분히 잘게 나누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하나의 목록을 완수하기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어떤 것은 한 주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게다가 한 주만에 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을 죄다 목록에 집어넣게 되었다. 할 일을 잘게 쪼개는 것만으로도 목록이 계속 길어졌는데, 예전 같으면 버렸을 일들도 죄다 목록에 적기 시작하니 목록이 걷잡을 수 없이 길어져버렸다.
2019. 03. 17
하나를 해야 두 번째가 있고, 세 번째가 있다.
하나를 가볍게 가야 이것이 실패해도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있다.
하나에 너무 큰 무게를 실으면 두 번째, 세 번째를 위한 리소스가 사라져 간다.
하나를 완수하지 못하면 더욱더 줄여야 한다.
반드시 뚫어 낼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것은 모두 리스트에서 지우자.
하나만 한다.
그렇게 한 없이 길어지는 목록을 보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3월 초에 읽은 '원씽'이라는 책에서 깊이 공감한 내용이 머리를 둔탁하게 울렸다. 그래서 당일 업데이트해서 출력한 목록의 대부분을 굵은 펜으로 지워버렸다. 그렇게 목록을 최대한 줄여나갔다.
사실 지난 글과 이번 글에서는 정리에 대한 내용에 이어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간의 시행착오를 정리하면서 보니, 나는 그동안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보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고 수정하는 과정에 더 집중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결국 나에게는 번번이 실패하는 계획보다는 하루하루를 잘 채워나가고, 하고 싶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생활 패턴과 행동 방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시스템이란 단어는 거창해 보인다. 생활 패턴이나 하루, 한 주를 채우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하면 조금 덜 거창해 보일까. 사실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억지로 붙잡고 있는 일을 구분하고 싶어서 시작한 기록은 이렇게 나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 특히, 기록을 통한 관찰이 아직은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이를 통한 상황 인식 및 개선의 노력이 여전히 쉽지 않다.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다. (상황 인식 -> 원인 분석 -> 개선 방안 도출 -> 새로운 시도 -> 결과 확인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해 볼까 한다.
지금까지 몇 주에 걸쳐 내가 어떻게 기록을 하고, 그것을 정리하는지, 그리고 기록을 중심으로 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왔는지 정리해봤다. 아마 앞으로도 시스템은 꾸준히 테스트하고, 개선할 것이다. 다만,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 또 한 번 정리하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간 기록을 하고, 그것을 정리하면서 혹은 시스템을 만들면서 생각하고 느낀 점 하나하나를 개별 꼭지로 뽑아 하나씩 정리해볼까 한다. 그래서 다음 주에 정리해볼 내용은... 다음 주에 생각해보자.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