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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팀 출신답게 우리의 은퇴 전략을 짠다

난 유일한 다른 팀원이자, 공동 창업자다

by 안개꽃

2월 19일 2021년

여전히 계산기 뚜들기는 나날이 이어지는 중이다. 너무 이렇게 살다 보니, 아직 회사 생활하는 현실과, 거의 닿을 듯 말듯한 은퇴 생활하는 정말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중이다.

식탁 앞 벽면에 엄청 큰 유리 보드가 있다. 이사 오고 얼마 안 돼서 남편이 항상 원하던 아주 큰 보드를 사다가 두세 번의 시도 끝에 설치할 수 있었다. 지금 매우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다.

매일 일어나는 일 중 하나가, 그 보드에 우리의 현재 경제 상황과, 우리가 원하는 목표와, 어떻게 하면 그 목표에 좀 더 일찍 달성할 수 있을지를 점검한다.

식탁 앞에 강의생은 나 하나이다. 나를 두고 열심히 우리의 공동 목표인 '회사에서 나와 새로운 인생을 살기' 계획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대화이다. 그전에 숫자 테이블 설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 들어 말 안 해도 이미 다 알고 있기도 하다. 내가 기록해 두고 싶은 대화는 이거다.


열심히 숫자를 적어가며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더니, 스스로 너무 심취한 나머지 한마디 한다.

'넌 좋겠다 나를 (내 능력을) 독점할 수 있어서 ㅎㅎ'

당황하지 않고 한마디 해줬다.

'과연 부러워할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하하하하하핳ㅎㅎㅎ (독점이 싫다는 뜻은 아님 ㅎ)


이렇게 말하고 서로가 한참을 웃었다. 아주 오랜만에 빵 터지게 웃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남편이 기분 나빠하지 않고, 내 개그로 받아줬다 ㅎㅎ 듣고 보니 그렇다고 ㅎㅎ 그렇게 말해주니 잠시 자만했던 자신을 급 깨달았다고 했었나 뭐랬나.. 암튼 우리 둘은 잠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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