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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차 휴가 시작

시간아 천천히 가라

by 안개꽃

Feb 8, 2021

2주 휴가를 냈는데, 벌써 반 다 쓰고 오늘이 두 번째 주 월요일이다. 큰애는 학교 갔고, 둘째는 데이케어 갔다. 회사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애들에게 더 친절해질 수 있지 않을까? 란 기대가 있다. 지난주 회사를 쉬면서 육아해본 결과, 미묘하게 느긋해지긴 했지만, 6살 3살 아이들을 케어하기란 역시나 쉽지 않음을 느낀다. 나의 부족함을 매번 깨닫게 된다.


아 어젯밤 봄이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내가 'I love you Bomi~'

'I love you too mommy~'

'I missed you when you go to daycare~'

'I missed you too when you go to work~'

'I am so sorry that I have to go to daycare mom~'

이 부분이 아주 신선했다. 자기가 데이케어를 가야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이. 그러면서 엄마가 회사를 안 가면 자기가 데이케어를 가지 않아도 되니, 회사를 가지 말라고 한다.


주말이 오면 데이케어를 가지 않아도 되니 굉장히 좋아한다. 내가 은퇴하면 5살 유치원 갈 때까지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고.. 쉽지 않을 듯싶지만 그 시간도 또 금방 지나가겠지?




요즘 새로 읽고 있는 책이 두 개가 있다.

5 Years to Freedom

Early Retirement Extreme

둘 다 어떻게 해서 일찍 은퇴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가 등을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가 가려는 길에 선배들이 쓴 책이라 매우 재밌게 그리고 몰입해서 읽고 있다.

'5 Years to Freedom' 작가는 Rejean인데, 20대 후반에 29살인가에 부부가 은퇴를 했다. 캐네디언이고 남자는 보험회사에서 일했고, 여자는 정부에서 일했다. 지금은 아이가 셋이고, 온타리오 북쪽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은행이 처분해야 했던 땅 넓고 허름한 집을 8만인가 9만 불에 현금으로 사고 4만 불 들여 싹 고친 후 은행융자 없이 이사를 들어간다. 정말 이게 현실 가능한 이야기 인가 싶다. 한 2015년쯤 이었던 것 같다. 각각 직장에서 5년가량 일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주변에 만류를 무릅쓰고 소신껏 행동한 그 내용이 무척이나 공감되고 나에게 용기를 준다. 우리는 그렇게 까지 시골도 아니고, 그렇게 까지 싼 집을 구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집에 들어가는 비용을 많이 줄이고자 멀리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씩 실천하는 중이다. 이 책에 저자가 말한 'Early Retirement Extreme' 작가는 2010년에 책을 냈다. 이 FIRE 무브먼트에 리더 격인 사람이다. 이름은 Jacob이다. 그래서 1번 책 먼저 읽다가 성훈이가 예전에 사두었던 2번 책이 거론되자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고, 읽기 시작한 처음부터 '와,, 이 사람 진짜 미쳤어!', '대박! 너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토론을 해보고 싶어!'라고 적극 추천해서 1번을 읽다 말고 2번을 읽기 시작했다. 제이콥은 물리학과 우주과학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다. 성훈이 왈, 똑똑함에 끝판왕이라고 한다.

약간 논문 같기도 하고 교과서 같은 톤인 책 (작가는 그렇게 안 쓰려고 노력했다고는 하나)을 읽는데 성훈이가 왜 그렇게 감탄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짧게 풀어낸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더 설명해서 쓰자면 훨씬 길게 말해도 끝이 없을듯한 엑기스들 이였다. 그 타픽들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그런 본인의 의견을 만들어 내서 적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두 책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을 설명한 부분이 나온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1살 미만이거나 보통 캐나다는 일 년은 쉴 수 있으니, 아이가 1살이 되었을 때 기관에 보낸다. 그럼 아침부터 보냈다가 저녁 퇴근 때 데리고 오면 애들은 일찍 자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2시간 남짓 된다. 아이가 점점 클수록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에 그 두 시간도 늘어가겠지만, 그 부분이 정말 일하느라 시간을 다 뺏겨버린 부모와 아이가 꼭 겪어야만 하는 일인지 그 방법밖에 없는 건지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또 그렇게 우리 아이들을 기관에 맡긴 후, 우리들이 늙고 병들었을 때 그 아이들은 본인들이 겪었듯이 우리를 기관에 (요양원에) 맡기게 된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이 책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짧게 일하고 하루빨리 많은 시간을 자신들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고 권한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돌보고, 부모가 있다면 더 자주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는데 드는 돈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 FIRE 족들이 겪는 또는 성장해 나가는 단계가 있는 것 같다.

1. 우선 현재의 불만족 또는 더 나은 삶을 갈망해야 한다. 지금 이게 내가 내 인생을 사는데 최선의 방법인가. 여기서 만족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다른 길을 모색할 상황이 주어지게 된다.

2. 그러고 나면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뭐가 있는지 등을 알아본다.

3. 그다음 자연스럽게 현재 자신을 상황을 파악하게 되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는 연습이 시작된다.


저축을 지금 보다 더 많이 해야지 회사를 나올 수 있다 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이해한다. 저축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개밖에 없다. 나가는 돈을 줄이던지, 버는 돈을 늘리던지이다. 회사에 있다 보면 해가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승진을 하면서 월급이 올라간다. 그럼 버는 돈이 늘어가게 되는 거고 여기에 더불어 씀씀이를 아주 마이크로 나노로 쪼개어 최대한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고 최소한의 소비를 함으로써 저축을 극대화한다.

회사를 안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할 수 있다. 프리랜서나 사업가들도 가능하다. 저축을 최대한 늘리고 소비를 최대로 줄이는 것 이 두 가지만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

플러스 또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회사를 안 가면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2번 책을 쓴 제이콥이 이런 말을 했다. '너처럼 물건 소비를 안 하고, 노동활동을 안 하면 이 경제가 어떻게 되겠냐고' 누군가 이렇게 질문하면 자기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그럼 지금의 경제체제가 없어지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 체제가 생기겠지요'. 과연 그런 날이 언제 오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아주 터무니없는 소리도 아닌 것 같다. 매우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지금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정말 많고 앞으로도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어 족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는 환경운동이나, 채식주의 또는 뒷마당에 자신이 먹을 채소 기르기, 미니멀리스트 되기 등도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장보기를 최적화하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가 되면서 환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건강한 음식 해 먹기에도 관심이 생기고 직접 요리하기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서 뒷마당이나 베란다에 내가 먹을 채소를 기르는 일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모두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읽은 여러 책에 저자들은 도시생활을 벗어나 최대한 자기 손으로 직접 기르고, 해 먹고, 고치고 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보면 우리고 점점 그런 쪽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돈 주고받았던 서비스보다 더 풍요롭고 만족감을 주는 생활이 되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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