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루스 May 24. 2016

아이디어에 대한 고객 반응 해석하는 법

유형별 난이도 분석

몇주 전  아이디어 회의 때 문득, 두세명이 동시에 질문을 퍼붓다가 다들 촉이 와서 그러고 있었단걸 깨닫고 적었던 글이다. 요즘 마침 고객조사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볼 일이 있어서 살을 붙여보았다.




좋은 컨셉이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보며 구체화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조차 아직 이게 쉽지는 않다. 스킬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지거나, 이걸로 대박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제 가슴에 손을 얹고, 내 아이디어를 잠재 고객에게 설명했을 때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해석해보자.


아래 내용은 1:1 또는 그룹 인터뷰에서 나오는 흔한 반응에, 설문지를 같이 진행했을 때의 컨셉 평가점수를 매치해본 것이다. 해석 난이도는 주관적으로 임의대로 매긴 것임을 밝힌다.




난이도 하


/열렬한 환

(선호도 7점 / 필요도 7점)

"그게 딱 제가 원하던 거에요! 와~ 그전엔 왜 이런게 없었지?"

"그런게 나오면 꼭 살거에요!"

사람들이 듣자마자 무릎을 치며 눈빛을 빛낸다.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반응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초기부터 이러긴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잘 다듬어져 메시지와 세부사항이 명확해진 컨셉이 얻을 수 있는 반응이다.



/신랄한 비

(선호도 3점 / 필요도 3점) 

"~~는 좀 별로인거 같아요."

"그렇게 하면 ~~보다 뭐가 더 좋은 거죠?"


내가 잘못된 우물을 파고 있을 때 정신차리게 해즐 유일한 죽비소리다.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빨리 확실하게 콩깍지를 벗겨낼 수 있는 건 고객의 리얼한 반응 뿐이다.


물론 적당히 가려들을 필요는 있다. 내 컨셉이 충분히 전달됐는지,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커뮤니케이션 오류인 경우도 많다. 또한 컨셉이 아닌 구체적인 구현방향에 대한 부정적 반응인지도 구분해서 들어야 한다.


어쨌든 이런 건 고마운 피드백이다. 나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난이도 중


난이도 중은 고객의 숨은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인터뷰 스킬이 좀 필요하다.



/질문 공

(선호도 미정. 3~6점? / 필요도 6점)


열렬한 환호 다음으로 좋은건 사실 질문을 많이 퍼붓는 것이다. 물론 염려와 의구심 때문인 경루도 있지만, 많은 경우 머리속에 어떤 사용씬이 떠올라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관심이 가고 마음에 들 때 질문도 나온다.


이 상태의 아이디어는 조금만 다듬으면 사랑받는 보석이 될 수 있는, 아직 좀 울퉁불퉁한 원석과도 같다.


주의할 점은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서 어떻게 되길 바라는지 의견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기존 경험, 평소 인식, 아이디어에 대한 기대사항 등 풍부한 내용을 이끌어낼 기회다.



/

(선호도 6점 / 필요도 4점)

"좋네요. ~~한 사람들한테 좋을거 같아요. "

- 나이드신 분들한텐 좋을 거 같아요.

- 여자들이 좋아할거 같아요.

- 나중에 결혼하면 필요할거 같아요.


희망적인 얘기다. 하지만 오해하기 딱 좋은 반응이기도 하다. 어쨌든 자기 자신한테는 필요 없다는 뜻인데, 겉으로는 '좋다, 유용할 것 같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어서다.  


해석에 주의할 점은 그 '~~한 사람은 (~~해서) 좋아할 것 같다'는 의견 자체가 추측이고 가설이란 점이다. 어느 정도는 고정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변종으로 이런 반응이 있다. "~~한 경우에 좋을 것 같아요." 이 때 바로 파고들어야 할 건 본인한테도 그런 경우가 있는지, 정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서 한 얘기인지의 여부다. 만약 아니라면 위의 문장과 똑같이 '나는 아니에요'를 뜻할 뿐이다.



난이도 상


/미지근한 동의 

(선호도 3점 / 필요도 3점)


가장 안좋은 게 고개만 끄덕끄덕...입으로는 '괜찮네요' 하는 경우다. 왜 그래야 하는지 좋은점을 모르겠거나 좀 아닌거 같은 느낌을 예의상 말 못하고 있을 뿐인 거다.


문제는 위의 "질문 공세와 미지근한 반응 사이에 넓은 회색지대가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스킬구사가 가능할 수 있다.


"네...괜찮네요. (아이디어 자체가 별로인데..대놓고 말은 못하겠고..어쩌지;;) 종류는 고객이 선택하는 건가요?"


이 때의 질문은 그냥 대화를 이어나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상대방과의 친밀도와 그 사람의 성향을 고려하면 해석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이런 질문은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저 내용 외에 나머지는 괜찮다고 생각하면 금물.


사실 이 반응은 해석하기 힘든 게 아니라, 창업자나 기획자가 심리적인 이유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에 가깝다. 또는 작은 긍정적 반응도 확대해석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유리한 것만 기억하는 경우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때

- 열렬한 환호를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진짜 좋은건지 그냥저냥 좋은건지 구분이 안될 때

- 왠만해선 남의 말을 잘 안듣는, 주관(?)이 뚜렷한 성격일 때




초기 아이디어는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하늘 아래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 혁신적이고 역사를 바꾸는 제품, 서비스들은 그 시점에 저렴해진 기술, 그 시점에 확 변한 사람들의 인식 등과 맞아떨어져 매력적인 컨셉과 구체적인 솔루션을 구현해낸 것들이다.


아이디어를 매력적인 컨셉과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구체화해가는 과정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고객의 말이 아니다. 그 차이는 잊어버리거나 놓치기 쉽지만 늘 간직하려 애써야 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제품 기획을 위한 고객조사 프로세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