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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일요일 여행

샌프란시스코 마음을 채우다

골든게이트 공원 그리고 드 영 뮤지엄

오늘은 일요일. 여행 3일째다.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아침 조식을 먹으면서 맑은 하늘을 보니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이런 날은 도시락 싸서 공원 나무 그늘에 앉아 뒹글뒹글 하는게 최곤데. 구경하는 여행 말고 머무는 여행.  그런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날이다. 그래, 골든게이트 공원에 가보자.

옷차림도 가볍게.

버스를 타고 골든게이트 공원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버스 창문 너머로 샌프란시스코 구경을 하며 가는 길이니 지루하지는 않았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거리가 한산했다.

골든게이트 공원은 정말 컸다. 지도에서 보기에도 너무 커 걸어서 다 다닐 수 없어 보였다. 집 근처에 이런 공원이 있는 건 아주 큰 행운이겠지. 공원에서 조깅하는 사람들. 보기만해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땀을 흘리며 표정은 밝고, 가족단위로, 혼자서 또는 친구끼리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며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이들처럼 일요일 오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은 생각보다 그늘은 없었다. 공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냥 걸어서는 드 영 뮤지엄까지 가기 힘들 것 같았다. 공원 내에 있는 뮤지엄이라서 구글맵을 켜고 무작정 걷고 있는데 다행이 공원 내 순환버스가 와서 탔다.  운이 좋았다. 기사 아저씨가 뮤지엄 앞에서 내려주셔서 시원하고 편하게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드 영 뮤지엄은 건물자체로도 예술성이 있어보였다. 평범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다. 미국여행을 하면서 미술관을 많이 가봤는데 외관 건축도 독특한 미술관들이 꽤 있었다. 검색해보니 여러 자료들이 검색된다.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관광 명소인 골든게이트 파크에 위치하고 있는 드 영 뮤지엄은 미국과 유럽의 회화작품부터 남미와 아프리카의 선사시대 유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문화 인류학 박물관이다. 1989년 대지진으로 건물이 크게 손상된 이후, 스위스의 유명 건축 설계 디자인기업 헤르조그&드 뫼롱을 통해 2005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상징하는 세 개의 손가락이 유기체를 이루고 있다는 개념에서 시작, 골든게이트 파크의 환경과 균형을 이루면서도 주변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더해 드 영 뮤지엄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구멍 뚫린 동판 소재를 사용해 공원의 녹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을 구현해 낸 것은 물론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자체를 하나의 예술 체험으로 승화시킨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 기사참고 :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714896 )

드 영 미술관에서 표를 사면 당일에 한해  "Legion of Honor General Admission" 까지 볼 수 있었다. 마침 이 미술관도 갈 예정이라서 표를 구입했다. 표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구입 가능하다. 미국 여행 중에 미술관을 많이 간 편인데 가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전시구성이나 정보를 미리 알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갔던 곳이 더 많았지만 미리 알고 자료 검색도 하면 더 작품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드 영 뮤지엄 홈페이지
https://tickets.famsf.org/public/Default.asp 
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
tickets.famsf.org

미술작품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미술관 전망대를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보면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골든게이트 공원은 물론 샌프란시스코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좋다.

드 영 미술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하면 여행하는 도시의 가장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본다.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보며 여행지를 느끼고 내가 갔던 곳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한 참을 그곳에서 사방 전경을 살펴보며 샌프란시스코를 눈에 담았던 것 같다. 날씨까지 좋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Shall we dance?
주말  Free Swing Dance!

미술관을 나와서 근처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뭘까? 공원에서 주말 공연이라도 하는 걸까? 호기심으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봤다. 도로 옆 작은 공간에서  Free Swing Dance  교실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이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이 나처럼 이 음악소리를 듣고 모여 그 자리에서  Swing    Dance  스텝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낯선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추는 모습. 보는 사람도 흥겨웠다. 나도 함께 추고 싶었는데 선뜻 그 무리에 낄  용기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내가 갖고 있는 가방이나 카메라를 내려 놓아야 하는데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춤추는 거에 빠져 누가 갖고 가는 것도 모르면,. 이런 설레발 걱정이 이 순간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 다들 춤추는 사람들 뿐인데 말이지.


Legion of Honor General Admission

Legion of Honor General Admission 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구글맵을 보니 뮤니를 타고 환승해서 가야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버스정류장에서 뮤니를 기다렸다. 중국인 아주머니가 내가 중국인인줄 알고 중국말로 말을 거셨다. 난 한국사람이고 여행온 사람이라고 하니 혼자왔어? 놀라신다. 그래 이런 반응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니... 그냥 웃는다.

환승을 해야해서 아저씨한테 내릴 곳을 말하고 탔다. 환승해야하는 버스 정류장이 또 한참을 걸어가야했는데 길을 잃을까봐 걱정은 안되었다. 워낙 네모 반듯하게 길들이 정돈되어 있어서 구글맵만 잘 따라가면 된다. 오늘은 너무 날씨가 좋아서 예쁜 샌프란시스코를 제대로 만나는 것 같다.
한가한 도로와 파스텔톤의 집들을 보고 있으니 꼭 어느 영화세트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푸른 하늘 아래 파스텔 집들이 잘 어울렸다. 도심에서 떨어진 이 곳도 아기자기한 샌프란시스코.

버스를 타고 종점인 Legion of Honor General Admission에 도착했다.
정문 모습이 유럽의 어느 곳 같다.

미술관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정면에 분수가 있다. 입구에서 어느 영화 OST 를 계속 연주하던 아저씨. 이 공간을 채운다
이 곳은 입구부터가 유럽과 비슷했다.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입구를 지나면 큰 광장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내부에도 로댕 작품들이 꽤 있었다. 이 곳은 생각하는 곳. 머무는 곳.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라는 뜻일까.


독특하게 미술관에서 연주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전시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의자를 놓고 앉아서 감상한다. 미술관 특별행사 같은 것일까. 내가 갔을 때는 한참 연주중이라서 뒷자리에 서서 감상했다. 버스타고 오느라 조금은 덥고 지쳤는데 이런 클래식한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미술 작품을 둘러 볼 힘이 났다.

그림도 있었지만 로댕 작품들이 꽤 있었다. 파리에 갔었을 때 로댕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났었는데 여기서도 보니 반가웠다.
2층에는 모네 작품이 안쪽 맨끝 벽면 가운데에 전시되어 있다. 거의 이 작품을 보러 오는 게 아닐까?!


이 곳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법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바람도 많이 불고 내려다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미술관 옆으로 난 산책코스로 젊은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가길래 나도 같이 내려가보았다. 금문교가 내려다 보이는 나름 명당 자리인 것 같은 곳에 어느 노부부가 금문교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내가 사진을 찍으니 살짝 웃으신다.
오늘 같이 맑고 좋은날. 물빛도 너무 예뻐서 빨간 금문교가 더 돋보였다.  

내 맘대로 버스투어, Ocean Beach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봐뒀던 이정표, Ocean Beach.
다시 되돌아가는 길에 안내 방송이 나오자 무작정 내렸다. 샌프란시스코 Ocean Beach면 태평양하고 연결된거잖아. 태평양 물에 발을 안 담글 수 없지. 옷차림은 비치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런게 즉흥, 자유여행의 묘미.


바다까지 모래사장을 한참을 지나야했다. 나중에 이 곳을 다시 되돌아 올때 그 뜨거움이란...맨발로는 제대로 걷지 못한다. 꼭 신발을 신고 걸을 것!


일요일 오후라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래도 워낙 넓은 곳이라서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아 한가롭고 여유있어 보였다. 바람이 제법 불어서 살짝 춥게도 느껴졌다. 하늘 구름이 바람의 세기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고 갖고 나온 스카프를 저절로 두르게 된다.


재밌는 부부를 만났다. 아내를 너무 사랑하는 아저씨. 그 사랑을 받고 마음껏 자유로운 아줌마. 아저씨는 아줌마의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을 기세로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른다. 까르르 웃는 아줌마에게서 행복이 뚝뚝 떨어진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에게 아줌마가 혼자 왔냐고, 사진 찍어줄까 하신다. 남편에게 내 카메라를 주더니 사진 찍으라고 한다. 착한 아저씨. 아줌마 찍어야 하는데 하는 표정이였지만 내 사진도 몇장 찍어주셨다. 나중엔 아줌마가 연신 찍어주셨지만!

사랑꾼 아저씨가 멀리서 찍어주신

사진찍기 놀이를 그만하고 나도 적당한 모래사장에 앉아보았다. 바닷물이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차분해진다. 말로만, 책으로만 듣던 태평양.  이 바닷물이 태평양하고 연결되었지. 확트인 넓은 바다를 보면서 다시 한번 내가 멀리 이국땅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차를 이용해서 1번 해안도로를 타고 LA까지 가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고 하던데. 원래 내 예정이라면 나도 그 멋진 풍경을 느끼며 LA까지 갈 수 있는데 LA까지 동행하기로 했던 사람의 무책임한 약속 파기로 렌트카 여행은 무산됐다. 다음에 또 오라는 뜻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좋겠지..


아, 이처럼 한가한 일요일 오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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