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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영 Jan 23. 2018

suppose는 쓰임새가 다양하군

그 동안 suppose와 친해지지 못한 이유

생각해보면 suppose는 평소 잘 쓰지 않는 동사였다. suppose 단어 하나만 놓고 보면 솔직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를 정도다. 시험에도 잘 나오지 않는 단어였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suppose는 다양한 상황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는 표현이었다. 1)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어떤 강요나 의무의 뜻을 전달할 때도 쓰였고 2) 예시를 들기 위해 '어떤 상황을 가정해보자'라는 의미도 있었다. 그리고 3) maybe나 probably, perhaps 와 비슷한 '아마도', '혹시' 의 뜻을 표현할 때도 쓰였다. 


먼저 suppose 자체는 생각하다, 추측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특히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어떤 정보에 기반해서 판단을 내리거나 추측을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생각한다는 뜻을 가진 동사는 여럿 있는데 대표적으로 think와 consider가 있다. see, notice도 어떤 의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들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쓰이는 상황도 다르다. 지금은 일단 suppose에 집중해보자.   


1) be supposed to   


be supposed to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should와 must를 알아야 한다. 둘 다 '~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뜻하지만 must가 더 강한 의미를 갖고 있다. be supposed to는 should보다 더 약한 수준의 의무라고 이해하면 쉽다. 


나는 be supposed to를 생각하면 항상 초등학교 교실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말해준 속제를 잘 못 들었을 때 옆 친구한테 '오늘 숙제가 뭐니'라고 물어보면 'You are supposed to do reading assignment'라고 답하는 것이다. 이 때 You should나 You must를 쓰면 조금은 어색하거나 무조건적인 강요의 느낌이 들 수 있다. 물론 숙제를 자주 안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경고의 의미로 쓴다면 모를까. 


2) suppose that ~ 


이 곳에서 라이팅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영어 작문에서 '주장 + 예시'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했다. 예시를 들 때는 for example도 좋지만 suppose that 도 좋은 것 같다. suppose that 을 쓰면 일단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that 다음에 살짝 쉴 수 있어서 한 템포 정리하는 느낌이 들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아, 이제 이 친구가 예시 혹은 가정을 말하려는 모양이다'라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Let's suppose나 Let us suppose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3) supposedly


확신이 서지 않는 의견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찾는 표현이 maybe다. supposedly는 maybe보다 조금 더 공적인 느낌 즉 formal한 느낌을 준다. 우리말로 하자면, '아마도'보다 '추측컨데'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suppose를 정리해놓고 보니 왜 내가 그 동안 suppose와 친해지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일단 쓰임에 따라 뜻이 일관되지 않고 그 때 그 때 다르다. suppose가 생각하다, 판단하다라는 뜻이라면 다른 활용 표현들도 그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아닌 것이다. 물론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다 이어져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선이 뚜렷하지 않아서 어렵다. 그렇다면 암기를 통해 친해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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