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포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어 연설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교관 생활을 오래하시고 유엔을 이끌고 있는 분이니 원어민과 비슷한 발음이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그의 발음은 놀라울 정도로 한국적인 발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말을 하듯, 영어를 했다. 그래 저거지. 그렇고 말고. 반기문식 영어 발음 덕분에 영어를 말할 때 무조건 혀를 굴려야 한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영어 원어민, 특히 미국 백인의 발음을 표준 영어 발음으로 교육 받고 그렇게 발음하고자 갖은 애를 다 쓴다. 리스닝 자료의 대부분이 미국 백인 발음이니 스피킹도 그렇게 하게 되고, 토익 토플 학원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영어를 콘텐츠로 하는 TV, 유튜브 영상들도 대개는 미국 원어민 발음이 표준이다.
그래서인지 반기문식 영어 발음도 글로벌 환경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지만, 미국에 있으면서 본능적으로 혀를 very very 굴리게 된다. 마치 미국 땅에서 태어나서 영어 이외의 언어는 잘 모른다는 느낌으로.
허나, 미국에 오니 백인 영어가 전부가 아님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인도 영어, 중국 영어, 방글라데시 영어, 사우디아라비아 영어 등등. 인도에서는 영어가 제2의 공식어로 인정 받는만큼 인도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아예 그냥 원어민이다. 백인 교수가 제발 천천히 말해달라고 할 정도이니. 그러나 그들은 발음을 자기네 식으로 한다. 혹시 인도 영어를 아직 한번도 안접해보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인도 영어를 검색해보시길.
문제는 나다. 내 발음이다. 나도 다른 외국 학생들처럼 나름의 발음을 하면 좋은데 그렇게 교육받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식 발음보다 미국 백인 발음을 흉내 내는게 그냥 편하다. 말이 자꾸 길어지는데 안되겠다. 그냥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해야겠다. 바로 important 의 발음 문제다. 임포턴트...우리에겐 너무 쉬운 단어이고 일상 생활이나 학교 발표 때도 너무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그래서 이걸 피해갈 수 없는데, 그 발음이 나를 영 불편하게 만든다. 혀를 꼬아서 원어민처럼 발음을 하고 싶은데 이게 정말 쉽지가 않은 것이다.
내가 오늘 오답노트에 적고 싶은 건 important를 발음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 첫째는 '임포런'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원어민 발음과 좀 비슷해진다. 그런데 나는 가끔씩 '임폴턴트'라는 어색한 발음을 할 때가 있다. 원어민이 아니기에 순간적으로 딱딱한 발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식 발음도 아니기에 important를 어색하게 발음하면 상당히 나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두번째 방법은 important를 significant나 essential, crucial, critical 등 비슷한 뜻을 갖고 있으면서 발음이 편한 단어들을 쓰는 것이다. 특히 significant는 듣는 사람도 무슨 단어인지 단번에 캐치할 수 있고 두 번째 i에 강세를 주면 능숙하게 발음할 수도 있다.
오늘은 발음 문제에 대해 오답노트를 적어보았다. 백인들처럼 혀를 꼬지 않아도 영어로 충분히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백인 영어 발음을 교육 받았기에 일단 혀에 본능적으로 버터칠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이왕 칠 버터라면 좀 더 편한 단어를 골라서 유창하고 클리어하게 해버리자. 중요한 점은 어떻게 발음하든 의미만 전달되면 충분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