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책을 예약해 놓고 바로 도서관 1층 데스크에서 책을 찾는 경우가 있다. 가령 우리 학교에 없는 책이 다른 학교에 책이 있을 경우 상호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때가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데스크 직원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미국 생활 초반에 "내가 예약한 책을 대출하고 싶다"라는 문장을 영어로 직역해서 말하곤 했다. 즉 "I'd like to borrow the book that I reserved"를 대사처럼 외워서 써먹었다. 혹은 I have a book reservation이라고도 했다. 마치 식당 입구에서 예약한 자리를 찾으려는 손님처럼 당당하게 ㅎㅎ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도서관과 관련된 표현은 우리말로도 약간 전문적이거나 한문투의 표현들이 많다. 대출, 목록, 열람, 자료, 보존 등이 그렇다.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말들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책을 빌리면서 사서 직원에게 내가 방금 말한 문장이 괜찮은지, 괜찮지 않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그 직원은 뭘 이런 걸 다 물어보냐는 듯 시크한 표정으로 내게 툭 한 마디를 던졌다. "You can say I have a book on hold"
나는 그녀에게 두 번이나 땡큐를 말했다. 이렇게 심플한 표현이 있다니, 그녀는 내 질문이 귀찮은 것 같았지만 나는 마치 그 동안 잠겨 있던 문의 비번을 알아 낸 것 같은 기분이었다. I have a book on hold, I have a book hold 그녀가 알려준 비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연신 혼잣말을 하며 도서관을 나선 기억이 있다. 그 이후 도서관 1층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한 책을 찾는 일은 무척 쉬워졌다.
네이버 사전이나 영어 참고서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생활 영어들이 많다. 같은 말이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합한 표현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구글 번역기나 자신의 지식에 의존하는 것도 괜찮지만 상대방이 원어민이라면 적극적으로, 그러나 최대한 젠틀하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도 만약 창피해서 사서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I have a book on hold라는 꿀표현을 절대 알지 못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