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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Jul 18. 2022

윤경 물회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드립니다.

윤경에서 물회를 팔기 시작했다.


성수동 윤경을 오픈한 지 만 3년이 지나고 있다. 2019년 6월 조용히 오픈해서 2020년 2월까지 매달 최고 매출을 갱신했다. 30평 매장에서 주류 중심이 아닌 점심, 저녁 식사 판매로 월 매출 1억을 눈앞에 두고 코로나가 터졌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을 쳤다. 수준 높은 돈가스와 스테이크, 스테이크 덮밥을 팔겠다고 시작했는데 6개월 만에 스테이크를 걷어내고 소바를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우 코로나 1년을 버텼다. 코로나 2년 차에는 사시미, 가츠, 소바를 한 상에 올려주는 정식 메뉴를 출시해서 또 1년을 버텼다. 지난 2년 동안 성수동에는 정말 너무나 많은 외식업 매장이 오픈했다. 경쟁상황이 바뀌니 새로운 포지션이 필요하다.


윤경은 성수동 직장인들의 프리미엄 런치의 성지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아주 좋은 위치가 아니지만 점심이 되면 3만 원 가까운 객단가에 웨이팅이 걸린다. 오늘이 월요일이라 좀 한가하겠구나 했는데 오늘도 박터졌다. 평일 점심만 잘 해내도 먹고는 산다. 그러나 저녁, 주말에 박터지는 성수동의 다른 매장들을 보다가 한가한 윤경을 보면 속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다.(진짜 미친다) 초기 윤경은 멀리서 찾아올만한 매장이었다. 물론 지금도 멀리서 찾아오셔도 절대 후회 없다. 하지만 지금의 성수동은 갈 곳이 너무나 많다. 매일매일 SNS에 성수동의 새로운 매장들이 올라온다. 새로운 매장들의 기발함과 반짝임을 보며 감탄한다.


'이제 경쟁하지 말자.'


 초부터 윤경을 맛집보다는 동네에 괜찮은 , 주말에 가족들과 갈만한 집으로 포지셔닝하기로 했다. 성수동에 너무나 많은 매장들이 있지만 막상 동네 사람들이 갈만한 곳은 별로 없다. 이전에 동네 사람들이나 가던 매장들도 너무나 유명해져서  엄두가  난다. 윤경양식당이 장수하는 이유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으로 지금까지 커왔기 때문이다. 윤경도 그렇게 만들기로 했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안함' 필요하다. 물회를 시작으로 동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편안한 메뉴들을  예정이다. 물회는 기존 윤경에서 하고 있는 메뉴에서 준비할 것도 그리 많지 않다. 냉면 카테고리로 고객들에게 소구   있고 무엇보다 슬러시 육수로 여름에 강력한  방이   있다.


신 메뉴를 준비하면서 예전 같으면 내가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나하나 이래라저래라 했을 텐데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물회'라는 카테고리와 방향만 설정해주고 기다렸다. 물론 마지막에 내 눈과 입과 계산기를 통과해야 출시할 수 있다. 조만간 물회를 해체해서 강릉집 스타일의 회무침 쌈(?)과 물회, 튀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물회 정식 메뉴와 물회, 갈비찜, 가츠를 묶은 주말, 저녁 세트메뉴(술안주?)도 출시할 예정이다. 여름 메뉴 치고 출시가 좀 많이 늦었다. 그래도 뭐 장사 하루 이틀 하나? 지금부터 전설이 된다 생각하고 하나씩 쌓는 거다. 당연히 전설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전설이 되기 위해서 하나하나 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운 보상이다.


그나저나 윤경 등심 돈가스도 업그레이드되었다. 다시 얼룩도야지(YBD)를 쓰기 시작했고 더욱 부드럽고 더욱 촉촉해졌다. 안심만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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