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 김소연
#마음사전
하루에도 몇 십 몇 백 가지의 감정을 오고 가던 최근의 몇 개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엔 너무 현재 진행형인 사건과 감정들이 어떤 말과 글로 정의가 되지 않았다. 쓰고도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던 날들. 그러다 읽는 것에도, 쓰는 것에도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작은 책방서 우연히 집어온 책 한 권. 책을 붙잡고 예리하게 묘사된 단어들의 정의를 읽어내리며, 찰나처럼 지나친 감정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수많은 마음들이 선명해졌다. 수시로 부끄러웠다. 선악과를 따먹고 눈이 뜨인 태초의 인간처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미움이란 사랑의 질 나쁜 상태이고, 슬픔은 생의 속옷이라고. 어느 모진 날 벼락 맞아 죽기를 바란다고 악다구니를 쓰고도 진 것 같아 분한 마음이 들었고, 강도는 조금씩 다르나 아침마다 밤마다 찾아오는 이유 모를 슬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자리를 떠나지 않는 한 많은 혼령 같은 그 기분이, ‘생의 속옷’이라는 정의로 비로소 끄덕끄덕 이해되기도 했다. 이처럼, 형태가 없어 아득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작가의 섬세한 사유와 문장으로 ‘이름’에 딱 맞는 자기소개란을 채운다.
모진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 떠내려온 부유물들은 고스란히 남았지만, 튼튼한 비 한 자루를 얻은 듯 이건 이쪽 저건 저쪽 나누고 모아, 버리고 남길 것들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다. 마음을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겠다 싶은 복잡다단한 순간, 책을 여러 번 다시 들춰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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