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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ug 19. 2022

프리다 칼로, 그리고 박연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 박연준

#밤은길고괴롭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는 감정이 바로 ‘에너지’인데, 이는 대부분 ‘분노’에서 기인한다. 어떻게 이토록 재능 있고, 강하고, 집요한 이의 모든 것이 디에고 같은 남자의 제물이 된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결코 실패 혹은 비극으로 부르지 못하는 것은, 프리다 칼로가 일생 동안 창작해 낸 모든 그림과, 글이 디에고를 향한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다 칼로의 사랑은 자신의 온 시간, 작품과 샴쌍둥이처럼 한 몸이다. 반면 그는 사랑으로 유명하나, 사랑만 한 게 아니다. 스스로를 살렸고, 기어이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을 불멸의 역사로 만들었다. 이는 내가 프리다 칼로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은 다채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사랑과 우정, 세상에 대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언제나 ‘프리다 칼로의 언저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예술가를 깊이 들여다본 시인의 눈을 통하니, 뜨겁게 사랑했고, 집요하게 살아냈던 한 예술가의 삶이 마치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 같다. 프리로 칼로 생애가 빛의 파편처럼 부서져 구석구석 사방에서 반짝인다. 시인의 눈을 통해 (디에고보다는 덜 사랑했다던) 그의 살갗을 바라보고, 쓰다듬어도 본다. 사랑도 배우고, 실패도 배우고, 고통도 배우고, 세상도 배운다.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던 광적이고 집착과 비이성의 집대성이 프리다 칼로의 사랑이었으나, 이런 사랑만이 진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만은 차마 거둘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것이 적어도 이런 비슷한 모습으로 닮아가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야무지게 정신 차리고 사는 것과 덜 사랑하고 사는 것은 어쩌면 동일어 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이 문장은 평생 안고 가야지 생각한 순간이 많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지 않은가. 박연준과 프리다 칼로 라니.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았다.


 “신이 가혹하게 굴면 굴수록, 영리하고 지독한 인간은 재주를 부리거든. 놀라울 만큼 빛나는 재주.”


 “닫힌 질문에 열린 질문으로 답할 줄 아는 자가 되는 것, 내 내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다가오는 침입자에 맞서서 훌륭한 문지기가 되는 것.”


 “완전히 구속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사세요. 그런 삶이 위기 상황에서 완충제 역할을 해줄 겁니다. ‘이게 나다. 나는 가치 있는 인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위기도 그다지 힘겹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디에고를 사랑하느라 인생을 소모하며 일에 있어서는 쓸모없는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디에고를 계속 사랑하면서 동시에 진지하게 원숭이를 그리기 시작하려고 해.”

 

#박연준 #프리다칼로 #알마출판사 #K가사랑한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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