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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ug 26. 2022

미움 ; 사랑의 질 나쁜 상태

마음사전 - 김소연

책방익힘 - 마음사전

#마음사전


하루에도 몇 십 몇 백 가지의 감정을 오고 가던 최근의 몇 개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엔 너무 현재 진행형인 사건과  감정들이 어떤 말과 글로 정의가 되지 않았다. 쓰고도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던 날들. 그러다 읽는 것에도, 쓰는 것에도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작은 책방서 우연히 집어온 책 한 권. 책을 붙잡고 예리하게 묘사된 단어들의 정의를 읽어내리며, 찰나처럼 지나친 감정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수많은 마음들이 선명해졌다. 수시로 부끄러웠다. 선악과를 따먹고 눈이 뜨인 태초의 인간처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미움이란 사랑의  나쁜 상태이고, 슬픔은 생의 속옷이라고. 어느 모진  벼락 맞아 죽기를 바란다고 다구니를 쓰고도   같아 분한 마음이 들었고, 강도는 조금씩 다르나 아침마다 밤마다 찾아오는 이유 모를 슬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자리를 떠나지 않는  많은 혼령 같은  기분이, ‘생의 속옷이라는 정의로 비로소 끄덕끄덕 이해되기도 했다. 이처럼, 형태가 없어 아득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작가의 섬세한 사유와 문장으로 ‘이름  맞는 자기소개란을 채운다.


모진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 떠내려온 부유물들은 고스란히 남았지만, 튼튼한 비 한 자루를 얻은 듯 이건 이쪽 저건 저쪽 나누고 모아, 버리고 남길 것들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다. 마음을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겠다 싶은 복잡다단한 순간, 책을 여러 번 다시 들춰볼 것 같다.


#김소연 #마음산책 #K가사랑한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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