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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Jul 06. 2022

왕초보자의 게임 스토리텔링 분석 (1)

게임 <저니(Journey)>와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스토리텔링 연구

1. 어쩌다보니 게임을?  

    게임 문외한의 스토리텔링 분석을 위한 '게임 콘텐츠'를 선택하기까지!


어쩌다보니 '게임' 하게 되었다. 미리 말하지만, 순수하게 '연구'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브랜디드 콘텐츠 아님!). 콘텐츠 업계에 20 넘게 종사하고 있고, 한때는 게임과 연관성도 높은 외국계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근무도 했지만, '게임' 나와 거리가 멀었던 장르다. 그런 내가 어쩌다보니 '게임 스토리텔링' 연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게임이라곤 '테트리스' '스도쿠' 정도를   아는게 전부인 내가 '게임 스토리텔링'을??


걱정이 앞섰다. 산업이나 비즈니스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있겠지만, '스토리텔링' 연구는 정말로 게임 자체에 '빠져야' 가능할테니. 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다보면 일종의 직업병이 생기는데, 웬만한 드라마나 영화를   '빠져들지 않는다' 점이다. 원래 성향이 이성적 사고를 많이 하는 것도 있지만, 젊을  하도 영상 콘텐츠를 많이 봐서 이제는 몰입없이 초반 1,2분만 봐도 웬만한 스토리의 '패턴' 파악되는 때문이다.


이런 내가 게임을 분석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일생일대의 난제를 받아들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게임 선정부터 장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내적고민과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좋은 기회긴 했다. '게임' 인간의 '놀이 문화' 반영하는 가장 근본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놀이 좋아한다. '호모루덴스' 저자인 '요한 하이징어' 인간은 '학문이라는 지적인 활동조차 놀이의 영역으로 승화시킬 정도로 '놀이에 진심'이라고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엔터테인먼트, 내기 등의 오락적 요소  아니라, 철학, 논쟁, 연구  '지적 추구행위'조차도 '놀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대박!!).  하이징어에 따르면, 심지어 '대학' 어원자체가 이미 고대 그리스어의 '놀이'에서 파생된 단어였다.  결국 하이징어의 책을 종합해보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수록 인간의 ‘놀이 본능또한 늘어난다.

흔히 생각하듯 왼쪽의 이미지는 '놀이'가 맞는데, 오른쪽의 이미지처럼  '공부'도 '놀이'에서 파생되었다고???


이 중 '게임'은 인간의 '놀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행위. 인간은 본능적으로 재미, 경쟁, 실험  미지의 (세계, 미래, 결과 ..) 추구할  '게임' 한다. 인간이 호모 루덴스의 놀이하는 존재라면, 게임은 우리의 일상 전체를 지배하는  되는 것이다.


80년대 게임에 대한 '유해 프레임' 씌워 강제한 적을 제외하면, 게임 산업이 역사상 후퇴한 적이 있었던가? 오늘날도 게임에 대한 규제적 시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고 규제 움직임도 완화되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게임시장은 갈수록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동안은 연평균 약 7.7%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23년 기준으로 2,00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이다. 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262조 44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Newzoo; SK 증권, 2021).


더불어 게임은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만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놀이로 확장되었다.미국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의 발표를 보면, 2020년 미국의 게임인구 약 2억 1400만 중 18세 미만은 5,100만 명에 불과했다. 1억 6300만 명이 성인 게임 유저였으며, 그 중에서도 35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41%, 55세 이상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무려 15%가량으로 나타났다. 남녀 성비도 비슷해서, 미국의 여성 게임 유저는 약 41%로 남성 비중과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보면, 이제 게임은 전 세대에서 향유되는 일반적인 콘텐츠 장르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김승현 외, 2020).




당연한 말이겠지만, 게임 인구의 급증은 게임 콘텐츠의 증가로 이어진다. 오늘날의 게임은 과거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으며,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이 되면서 게임 시간대의 제약도 사라졌다. 또한 인터넷 환경에서 게임은 글로벌 유저들을 ‘연결’시키는 수단이 되었으며, 이러한 기능은 팬데믹 기간 동안 더욱 강화되었다.


여기에 실감기술(AR, VR) 기반의 메타버스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게임’은 메타버스 환경을 주도하는 핵심 장르로 부상했다. 인간의 놀이 본성과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게임’ 시장은 갈수록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  (지금이라도 '게임'에 익숙해져야 하나?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ㅠㅠ)


하지만 게임 시장의 인기는 그만큼 게임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 사업자들이라면 “어떻게 하면 유저들을 콘텐츠에 묶어둘 것인가”라는, 소위 ‘락인(Lock-in)’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수일 것이다. 수많은 게임 콘텐츠 중 유저의 간택을 받기 위해 사업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용자의 ‘락인’을 유발하는 것은 가격, UI와 UX,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 파워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스토리’다. 장르에 관계없이 좋은 스토리는 이용자(관객, 유저, 시청자 등)를 ‘몰입(engagement, flow)’하게 하는 힘을 갖는다.


‘몰입’은 이용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적극 향유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영어로 ‘engagement’ 또는 ‘flow’로 번역된다. 전자의 경우 해당 스토리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는 의미이고, 후자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매끄러워서 향유자가 스토리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향유자가 콘텐츠를 얼마나 편하고 자유롭게 즐기는지에 좀 더 집중한다. 그러나 어떤 단어가 되었든 '몰입'은 ‘놀이를 할 때의 즐거운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97039613@N00/351519531/


‘몰입’은 콘텐츠 향유자의 충성도와 만족감을 높인다. 특히 제어(Control), 집중(Focusted attention), 호기심(Curiosity), 재미(Interest) 등은 '몰입'을 유발하는 중요 요인으로, 주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이런 요인들이 극대화되어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떻게 플레이어의 몰입을 이끌어낼까?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게임은 어떠한 스토리텔링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필자는 일평생 테트리스, 보글보글, 스도쿠 등이 할 줄 아는 게임의 전부일 정도로, 게임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다행히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상황이 생겼는데, 도무지 게임을 알지 못하니 난감했던 와중에 <저니 journey>를 추천받았다. 지독한 왕초보도 할 수 있으면서도 유저들의 평가가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저니>에 대한 사전 정보를 검색하던 와중에, 비주얼 노벨 게임인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 콘텐츠도 초보 게이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이었는데, 마침 석사 시절 웹툰과 웹소설을 연구하면서 비주얼 노벨 게임 시장을 잠깐 살펴본 적이 있어 관심이 생겼다(물론 그 시절에도 비주얼노벨 게임을 했던 적은 없다).  


그에 따라 평생 처음으로 게임 콘텐츠의 '몰입' 요건에 대한 분석이 시작되었다. 주로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미디어 업계에서 일했고, 최근엔 ICT,  IT쪽으로 관심사가 확장되고 있던 터라, '게임'은 신선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거의 비유저에 가까운 입장에서는 "게임=어렵다=시도조차 하기 겁난다=그냥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 같은 인식이 이미 강하게 자리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리 쉬운 게임이라도 막상 시도하려고 하니 그저 막막했다. (게임 유저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게임을 안하는 분들이라면 게임에 대해 느껴지는 '심리적 장벽'에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게임의 '스토리텔링'이라니ㅠㅠ


이 두 콘텐츠를 분석하기로 했다.  게임 문외한 입장에서 분석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게임 고수님들은 부디 비웃지 말아주시길!


ABC도 모르는데 미국 땅에 떨어진 사람마냥,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저니>와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두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았다. 왕초보인만큼 두 게임을 플레이하는 수준이 높을 수는 없지만, "과연 내가 플레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플레이를 하다보니 이 질문은 사라지고 "내가 집중하고 있네?"하고 깨닫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확실히 '게임'이란, 플레이어의 능숙도와 상관없이 '몰입'을 유발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콘텐츠 장르라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


두 작품 모두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다. <저니>는 출시 10년이 지났지만 고전의 반열에 오른 해외 콘텐츠이고,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완성도는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출시 1년도 채 안되서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글로벌 추천' 목록에 오를 만큼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콘텐츠이다.


그렇다면 두 게임 콘텐츠에서 '몰입'을 이끌어내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다음 편에서 각각의 콘텐츠를 플레이하면서 분석한 부분들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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