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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태현 May 29. 2018

말을 더듬는 그가

끼니마다 고봉밥을 먹는 그가 

부슬비 내리는 날

호미 들고 장화를 신은 채  

나에게 새둥지를 보여주겠다고 앞장선다

계단 옆 녹슨 소화전 

둥그런 구멍 속을 들여다보니 

부리 노란 새끼 네 마리 

눈도 못 뜬 그것들이 

제 어미를 반기듯 

입을 쩍쩍 벌리며 아우성이다 

저거 보라고

저게 시 아니냐고

사람보다 일밖에 모르는 그가

외진 방에 사는 그가

더듬더듬 

내 시 속으로 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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