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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태현 Jul 23. 2018

너의 아름다움에 취할까 봐

   문득 그늘에 앉았는데 한 무리 바람이 안겨든다. 살갑다. 바람이 먼 길을 걸어온 여행자 같다. 이럴 때 ‘지금 생에 너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상기 되어서 내 눈동자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그런 사람.    


  작은 창으로 내 눈과 코와 입술을 지그시 바라보며 따뜻하게 감싸주던 달빛처럼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지금이 더 빛나고 영원해지는 그런 시간.  

    

  너의 아름다움에 취할까 봐 팔랑거리는 나뭇잎이나 올려다보며 신발로 알 수 없는 그림이나 그리는 한심한 내가 네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도 ‘이제, 그만 가야지.’ 그런 말 따위는 꺼내지 않는 그런 사람 곁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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