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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Jan 07. 2023

[청년의 소리] 장관님 ‘도전형 창업’은 무슨 뜻인가요

우동준 ㈜일종의격려 대표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30102.22029000267




얼마 전 국가 미래 산업을 책임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이 다소 개선되었다는 발표를 했다. 특히 ‘20~30대의 도전형 창업 증가가 가장 주목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부처 장관이 말하는 ‘도전형 창업’이라는 단어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무엇이 도전형 창업일까. ‘도전형 창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찾아보았지만, 뚜렷한 개념을 확인하긴 어려웠다.



다만 코로나19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고, 2030 청년들의 ‘생계형 창업’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는 발견했다. 2022년 9월에 발간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준비된 가벼운 청년 창업을 위하여’란 연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청년 창업은 시장 진입·퇴출이 쉬운 생계형에 편중되어 있으며, 특히 폐업률이 높은 음식업과 소매업 비중이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창업에 따른 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높고, 자금확보 어려움과 부담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이터다. 그렇다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말하는 ‘도전형 창업’은 폐업할 위험을 앞두고도 과감히 뛰어드는 태도를 의미하는 걸까.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는 ‘창업’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부산 창업청’ 설립을 발표했다. 2023년에 설립될 ‘부산 창업청’은 창업 관련 업무를 통합·관리하고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다. 하지만 오늘의 문제들이 창업 지원을 통솔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 시장이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즉 지원 방식을 점검하기보다 부산이란 지역 시장의 체질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12월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부산을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지역 내 소비가 감소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2021년 기준 지역별 벤처기업 숫자를 비교해보면 부산은 서울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 청년이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이를 수용해줄 수 있는 시장 자체가 두껍지 않은 것이다. 이는 서울·경기 수도권으로 창업 7년 이내의 지식서비스 기반 기업이 가장 많이 유출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부산은 창업하기 어려운 도시가 아니라 성장하기 어려운 도시다.



굵직한 제조업과 기타 혁신 산업이 부재한 부산에 남은 건 운수, 음식·숙박, 도소매 순으로 특화된 서비스업이지만, 이마저도 서비스업의 전국성장률(2021년, 3.8%)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성장률을 보인다. 부산 서비스업은 이미 성숙단계를 넘어섰고, 지역 산업구조는 여전히 고정되어있다. 과연 청년이 창업만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업의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창업만으로 청년이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청년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을 응원한다. 하지만 느린 경제 성장의 해답으로 제시되는 ‘창업’에서 문제해결의 책임이 공공이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청년에게 있다는 무언의 압박도 함께 느낀다. 공공의 역할은 창업한 청년들이 보다 쉽게 생존할 수 있도록 서비스업으로 집중된 부산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하면 유연하게 바꿀지 고민하고, 창업한 청년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어떻게 하면 양질의 일터가 될 수 있을지 함께 점검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한국은행 보고서에는 코로나19 이후 부산지역 일자리 수준이 크게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시가 창업에 집중하는 동안 이미 존재하던 일자리의 질적 수준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위를 기록했다. 고용기회는 17위, 고용 안정성은 11위, 능력개발은 10위, 임금 보상은 13위, 고용 시간은 12위를 기록했다. 겨우 만들어낸 일자리의 수준마저 전국 평균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산을 아시아 창업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2023년 부산은 ‘기업 하기 좋은 도시’보다 ‘일하기 좋은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이 도시에서 자신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미래를 꿈꾸며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 때 새로운 소비 시장은 형성되고, 커진 시장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혁신적인 기업인도 함께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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