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알아보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예전부터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았고 웹디자인, UI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 좋아하는 게 많다보니... 매일 보는 정보가 흘러넘쳤고 이걸 정리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좋은 레퍼런스를 발견하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몇가지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평소에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감을 얻는다. 전시를 보고, 책과 기사들을 읽고, 뉴스를 읽고 영상을 보고, 지인과 대화하며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도 한다. 나는 비주얼 디자인과 브랜드와 관련된 것이라면 대체로 두루두루 모든 것을 찾아보는 편이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좋은 것을 정말 많이 봐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전엔 디자인 매거진 혹은 디자인 에이전시 위주로 서칭을 해왔다면 최근엔 광고나 브랜드 캠페인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와 비메오에서도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고 있다.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매체를 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만 해도 나는 광고와 게임에 관심이 없었지만 한 번 보고 나니 계속 해서 좋은 레퍼런스들을 광고와 게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보지 않던 분야라 더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좋은 것을 보기만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좋다, 예쁘다, 멋지다, 하는 심상만 남을 뿐이다. 좋은 것을 보면 왜 좋은지 생각해야 한다. 좋은 것의 기준은 여러가지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유와 취지가 좋을 수도 있고,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높거나 정말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고,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이거나, 여러 분야를 융복합적으로 연계했거나, 그 모든 것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메시징으로 기대감과 임팩트를 주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게 왜 좋아보이는지 생각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보기를 추천한다.
좋은 것을 보았을 때 공유하는 것이 나에게는 거의 강박에 가까운 습관이 되었다. 보자마자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생각할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운 좋게도 나와 나의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IT 업계의 디자이너라 서로 의견을 바로 바로 주고 받을 수 있었고, 좋아보이는 것들을 팀에도 자주 공유해서 다른 디자이너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에 공유해서 "내가 좋다고 느낀 것을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지" 보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그 이유"가 나에게 각인되고, 좋아보이는 것들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구나, 내가 하는 것이 더 좋아지려면 이런 부분을 차용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결국 좋은 레퍼런스를 보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내 업무에 적용하는 것. 이 루틴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싶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결심이 분명해야하고,
매력적이어야 하며, 쉬워야 하고, 만족스러워야 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사소한 기쁨, 작은 성취의 반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 공식에 따르면, 나는 좋은 것을 보면 기록하고 공유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좋은 것을 보는 건 나에게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매력적인 일이었다. 생산자로써, 소비자로써 나는 매력적이고 멋진 디자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조금 귀찮은 일일 수 있는데, 내가 일상적으로 발화하는 공간에 녹이면 쉬운 일이 된다. 좋은 레퍼런스 보면 좋아보이는 이유를 생각하고 친구들 혹은 팀원들과 대화 나누던 공간에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하는 습관이 100번만 반복되면 완전히 체화된다. 좋은 것을 보자마자 이거 왜 내가 좋다고 생각했지? 공유하고 싶다, 는 마음이 절로 들게 되고 공유하지 않으면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구 쌓이는 것이 눈에 보여야한다. 이것이 나에게 쉬운 성취가 된다. 나는 평소에 모으고 기록하는 것을 원래 좋아한다. 실제로 정리를 정말 빨리 하기도 한다. Every Brand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파서 평소에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보고 듣는" 것의 원본 소스를 노션에 모으게 되었다. 그렇게 everybrand.org 페이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무조건 쉽고 빠르게 실행한다.
습관을 유지하려면 원대한 목표가 없어야한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땐 공유 수가 신경 쓰였다. 운 좋게 2년 전에 쓴 글이 천 번 이상 공유된 후에 다시 그런 성취를 맛보고 싶어 안달내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설명하기 어려운 것, 인사이트를 뽑아내기 어려운 주제들이 많아지고 내가 모르는 게 무엇인지 날카롭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겸손해지고, 내가 썼던 글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으며 공유가 안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좋아요나 공유하기 숫자 같은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나를 위한 기록이고 누가 보던 말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꾸준히 나는 그저 공유하기만 하면 된다.
예전에 에어비앤비의 Tyrus를 보았을 때 Tyrus라는 이름, 웹사이트에 담긴 모든 그래픽과 웹사이트의 레이아웃, 컨텐츠까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취지도 좋았다. 그래서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했다. 이 모든 작업은 3분 안에 일어난다. 보자마자 생각하고 서너줄의 글을 쓰고 공유하는 것. 이미지도 절대 가공하지 않는다. 습관은 무조건 쉬워야 유지할 수 있다.
내 브런치 글도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길어지고 한 주제를 정말 깊게 파게 되었는데, 가끔은 내가 이 정도로 전문가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써도 되나, 내 글이 쉽게 잘 읽히는 건가, 이미 앞서 누군가 다룬 주제 아닐까 하며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판단하는 것도 멈추기로 했다. 내 직업은 작가가 아니니까.
글 쓰는 것에 권태기가 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채널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다. 긴 글에 지쳤을 때 페이스북 페이지에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미 썼던 브런치에 쓴 글들을 디지털 인사이트에 다시 기고 하고 하기도 했다. 그 글들은 매거진에 인쇄물로 제작되기도 한다. 화면으로 보던 텍스트를 지면에서 볼 때 좀 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내 글을 좋다고 알아봐주신 분들도 고맙고, 디지털 인사이트의 에디터 분이 내 글을 더 읽기 좋게 교열해주시는 것도 좋았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니 기록할 힘이 더 생기기도 했다.
생산에 대해 강박을 느끼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거부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나는 평소에 내가 무엇을 좋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느끼는지 기록하는 것이 즐겁다.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고, 내 관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것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유지하는데 기록 만큼 좋은 것이 없더라.
평소에 제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Every Brand 페이스북 페이지에 기록하고 있어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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