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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Jul 01. 2017

Beyoncé, the one and only.

Formation tour 2016 in Glasgow

비욘세 투어가 영국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티켓오픈 당일, 모바일로 접속해 티켓구매에 성공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나는 2016년 7월 8일, 연고도 없을 글라스고 센트럴 기차역에 줄을 서 있었다. 공연 시작시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는데 줄이 역을 중심으로 또아리를 틀 듯 굽이굽이 길게도 늘어서 있었다. 많아도 너무 많은 엄청난 인파에 발이 동동 굴러졌다. 전부 이 사람들이 그 공연장으로 가는 거라니.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그 큰 규모의 공연을 보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상황에 잘 끼워맞춰 그녀의 콘서트에 가게 된 내 자신이 매우 기특하고 뿌듯한 기분이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기차를 타는 줄은 서 있는 순서대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이 되었다. 작은 동네에서 큰 공연을 준비하는 자세랄까, 공연에 잔뼈가 굵은 민족성과도 같은 걸까. 사람들은 별로 그리 당황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 굉장히 담담해보였다. 심지어 하나도 바빠보이지도 않는 데다가, 이 많은 사람에 떠밀려 공연을 혹여나 제대로 관람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차에서 이미 공연장에 가기 전부터 벌써 만취한 언니의 'Love on Top' 선창에 맞추어 기차 칸에 있던 사람들이 떼창을 하며 도착한 Hampden Park National Stadium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넓은 공연장에서 내 자리를 찾아 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시큐리티를 통과해 들어간 공연장의 관중석은 빼곡히 차있었다.






마음을 졸였던 것과 다르게 공연 자체는 9시 정도부터 시작 예정이었다. 아레나 공연장은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찼고, 무대 가운데에는 엄청난 규모의 정육면체 스크린이 있었다. 이전 비욘세 내한공연을 한국에서 본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저 스크린에 쏘일 영상의 규모가 예상되었다.




해가 늦게 지는 영국의 여름답게, 공연이 시작되는 시간에도 아직 하늘은 밝았다. 스크린 큐브가 돌아가면서 영상에 비욘세의 이미지가 비춰지자 일제히 사람들은 함성을 질렀다. 스크린이 갈라지며 등장한 그녀는, 좌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사실, 스크린과 실제 움직이는 비욘세, 그리고 댄서들과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그녀의 밴드, 백업 코러스 빅마마들까지, 나에게는 '완벽에 가까운 꿈의 무대'라 할 수 있을 요소를 두루 갖춘 비욘세의 무대를 실제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설명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랴. 아무리 비루한 단어로 나열해도, '아, 그냥 니가 비욘세 빠네' 이 정도의 반응이지 않을까. 그래서 뭐, 그게 어때서.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현존하는 최고의 여자 가수 아닌가. (그냥 그렇다고. 그래도 내가 감동한 부분은 나열해볼까 한다.)




땋은 머리를 연신 쓸어올리며 춤과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하며 비욘세는 완벽한 무대매너를 보였다.  'Me, Myself and I'를 부르기 전 '무슨 상황에서든 널 잃지 말고, 너로서 살아'라고 하는 그녀의 메시지가 찡했던 건 내가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래서 반주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불려진 'Love on Top'과 'Me, Myself and I'가 더 절절하게 들린 건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볼 때마다 미칠 것 같은 엄청난 실력의 댄서들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Crazy in Love'(도입부에서 편곡된 버전의 느릿한 템포로 시작해 원곡으로 가는 전체적인 진행이 좋았다.), 스크린의 영상이 정점을 이루었던 'Run the World(Girls)', 무대 위의 물을 가지고 했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던 'Freedom'에 이르기까지 포메리션 투어는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공연의 연속이었다.




(어이없게도) 마지막에 소름돋았던 부분은, 마지막에 공연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깨알처럼 적은 크레딧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띄워둔 것이었다. 공연이 끝날 때 크레딧을 띄우는 일은 꽤 자주 보는 것이긴 하지만, 아예 고정해서 공연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계속 해서 스크린에 아예 걸어두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09년에 그녀의 공연을 처음 보러 갔을 때 이상하게도 매우 작아보였던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며 '저런 무대에 같이 올라 투어를 하기만 해도 나 참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했던 그 때 이후 8년이 지난 오늘의 나에게 업계 경험 몇 년이 준 큰 변화가 어쩌면 굉장히 클수도 있을 그런 배려에 대해 감동하는 거라니, 참 소소하다. 나도.





특히 여성으로서나 본인이 흑인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인권 문제에 대한 것, 당당한 여성성에 대한 강인함으로 본인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참 멋졌다. 사실 그건 매번 비욘세의 무대를 볼 때면 언제나 느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더욱 더 페미니즘의 색채가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그게 상대방을 부정하거나 배타적인 태도가 아닌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해져서 좋았다. 페미니스트일 거라면, 비욘세처럼 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진짜 '언니'로 불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언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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