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되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사실 불치병.
언제나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게 죽을만큼 싫었고,
내가 이유없이 싫다는 사람에게 이유를 묻고 싶어 따지고 싶은 맘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또 삼켰다.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이길, 심지어 누군가가 우러러 보는 사람이길 바랐다.
유명해지고, 멋있어지고, 재력을 갖추고,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이고 싶었다.
상상 속에서의 나는 몇 번이고 데뷔를 하고, 방송에 몇 번이고 출연했고, 남에게 노출될까 몸을 사렸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누군가 알아보게 될까 무서웠다.
허세가 있어도 남의 시선을 즐기지는 못했다.
특정한 누군가가 되고 싶으면서도 불특정 다수가 되고 싶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그 특별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많은 좌절과 노력을 거쳐야만 했다.
더 이상의 그 노력이, 내 의지로만 되지 않는 것임을 알면서 체념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있는 그 아쉬움이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끈적거리며 손에 묻어나는 건 아직까지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쥐고 있어서일까.
그래도 이제는 그 좋은 사람이고 싶어 발버둥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나를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라 불러줌에,
콧등이 시큰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해지는 건
내가 여전히 그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젠 그걸 인정하기까지 그리 힘겹지는 않다.
이루기 위해 더 이상 해볼 힘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이 다행이라 여길 수 있게 된 건 내가 조금은 그 때보다 자랐기 때문일까.
얕은 물에서 뭍에 닿을 수 있음에도 첨벙거리던 내 키가 커짐에 따라 물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더라도 물 속에 침잠되지는 않을 그만큼의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