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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Dec 18. 2022

당신의 응원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

 결혼하고 처음으로 단 둘이 콘서트를 보러 갔다. 시어머니께 아이들을 부탁드리고,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반은 가야 하는 거리를 이동해서 콘서트를 보러 갔다. 사실, 남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아니고, 동생이랑 보러 가려고 예매한 콘서트였는데 동생이 사정이 생겨서 남편이랑 가게 된 것이었다.

 콘서트를 보고 나서, 특별히 피아노 연주자에게 내 눈이 꽂혔다. 이미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오랫동안 했고, 지금도 계속 배우고 싶어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는 나는 공연을 보고 약간은 부러운 마음과, 도전과 자극이 되었다. 오늘 작곡 편곡 피아노 연주를 다 해낸 그 사람은 올해 32살이라고 했다. 나는 36살인데, 아직 그에게 한참 못 미치는 실력인데... 내가 지금처럼 레슨을 계속 받고, 열심히 연습하면 나도 42살쯤에는 저 정도의 연주와 작 편곡을 해낼 수 있을까? 아직은 아마추어 같은 내 실력, 내 스스로는 너무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저 사람처럼 저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길래 남편에게 물었다.

나도 42살쯤 되면 저 사람처럼 연주할 수 있을까?

 나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질문을 했을까. 남편은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심지어 오늘 공연한 그 사람의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남편에게 어떤 조언을 바란 걸까?

 그런데, 남편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불쑥 대답했다.

그것보다 더 일찍... 되지 않을까?

 아....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알았다. 나는 남편에게 응원과 지지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질문 같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남편의 인정과 지지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하는 일, 내가 하는 공부에 크게 관심을 갖거나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하지 않는 남편이다. 자기도 잘 모르니까. 하지만 크게 터치하지는 않아도, 내가 레슨 다니는 비용을 선뜻 내어주고, 내가 하는 일이 잘 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물론, 내가 잘된다는 건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자신 또한 그 안정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나한테는 일일이 말하지 않지만, 간혹 들어보면 내 유튜브 채널을 여기저기 소개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하며 내 채널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와서 이야기해주곤 한다.

 

 나는 사람들이 보기에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다. 나는 아이가 둘이나 있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아줌마다.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어 보인다. 이미 너무나 젊고 실력 좋은 사람들이 널린 이 세계에서 내가 40대의 프로 데뷔를 꿈꾸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연습해서 실력을 쌓기엔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간 시간 동안 나는 생계를 위해 레슨도 해야 하고, 유튜브도 해야 하고, 악보 작업도 해야 한다. 그 시간 안에 연습해서 어느 세월에..... 실력을 그만큼 쌓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의 힘을 믿는다. 멈추지 않고 매일매일 쌓아가는 것의 힘.

 그리고 세상은 꼭 1등이 되어야만 살아남는 생존 경쟁이 아닌 것도 안다. 2등이든 3등이든 등수를 매기는 것도 무의미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생각과 스타일에 따라 각자의 자리가 다를 뿐이라는 것도 안다. 나는 나만의 색깔과 자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매일매일 나의 것을 쌓아갈 생각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한 발을 내딛을 수 있게 용기를 준 건 결국 당신의 응원 한 마디였다.




Photo by Alvin Mahmud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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