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흘러 계절을 견디며 뿌리 깊게 자란 너.
그러나 절단되어 잃어버린 네 몸통을 대신해
하늘 휘날리는 것들이 포근하게 덮어주었을까 너를.
나는 오늘 미끄러질 걱정만은 잊은 채 걸음을 많이 하였다.
자박이면 그네들만의 미소를 듣고
아스라이 찾아오는 무리들의 손짓을 세었다.
안아주는 듯, 안아주지 않는 것들이 계속해서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마를 건드려 콧등을 타더니 입에선 녹더구나.
끝내 다 닿지 못 한 채 한없이 흩어지더구나.
마지막 걸음을 멈추었을 때에는 차라리 너를 쓰다듬으며 울 것을.
아슬히 가깝고도 먼 밤은 온기의 쓸쓸함이었다.
냉기의, 협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