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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지 Nov 13. 2016

미풍

가령 아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틀어놓고 잠에 드는 것과 같은 다소 병적인 집착과 습관들의 나열.

그러한 배열 사이 사이에서의 통풍은 제법 건조되어 바스락 소리내는 낙엽 같고

말라 비틀어진 것들이 묘하게 경쾌하다.

우리는 간간이 은행지뢰를 밟은 듯 찡그림을 보이고

나는 일그러진 네 표정 못생김에 웃고.


자연히 우리 계절의 시작이 늦가을이 되어버리는 것.

둘이 밤새 사계절 순환의 끝을 녹빛 많은 여름으로 만들어 놓으면

끝내 아지랑이 위를 찬찬히 걷고 있다.

뚜벅뚜벅- 뚝- 뚝-

함께 땀을 흘리고 나는 기꺼이 네 이마와 코끝의 그것을 닦아내고

푸른 바닷물 위에 누워 유유히 볕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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