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회용 필름 카메라 2개를 샀다. 3년 전 교토 여행에서 찍은 필름 카메라 사진을 봤는데 약간 흐릿한 사진들은 오히려 그때의 희미했던 기억을 또렷하게 만들어줬다. 한창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주 채널이 이동했을 때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은 휘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그보다 더 휘발되는 스토리도 생겼지만. 이런 의미에서 필름 카메라는 시대에 필요한 감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 필름에 엄마와의 시간을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엄마와의 시간이 점점 애틋해졌다.
엄마와의 시간이 내 생각보다 많지 않을까 봐 종종 애틋하고 떨리는 마음이 든다. 자주는 아니지만 함께 나갈 때 필름 카메라로 엄마를 담기로 했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오늘은 가장 늦게까지 벚꽃이 피어있다는 남산으로 향했다. 아직 벚꽃나무라고 부를 수 있는 예쁜 나무 앞에서 서로를 필름 카메라로 찍어줬다. 엄마는 자주 꽃 앞에서 걸음을 멈췄고 나는 그런 엄마에게 자주 내 핸드폰을 내줬다. 내가 엄마를 필름 카메라로 담아두려는 것과 같은 마음의 결일까. 엄마는 왜 저렇게 자주 꽃 앞에서 멈출까. 모든 꽃을 찍으려는 걸까. 왜 저렇게 클로즈업을 해서 꽃을 찍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오래 꽃을 찍는 엄마를 기다렸다. 덕분에 핸드폰 사진첩에는 내가 감히 찍을 수 없는 봄의 꽃밭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