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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율립 May 07. 2021

우리에게 남은 생의 시간

20 중반, 문득 그런 생각이  적이 있었다. 나의 부모님과 같이  소중한 친구들의  부모님도 함께 서서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  뒤로 엄마를 보면 자주 애틋했다. 하루하루 생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는 엄마가. 지난 5 5 부고 문자를 받았다. 조부모 상에는 비교적 의연한 나지만, 부모님의 부고 문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게다가 어린이날이라니, 매년 돌아오는  빨간 날에 자주 슬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출근길에 입을 검은 옷과 검은 양말, 검은 구두를 챙기고 잠에 들었다. 검은 셔츠를 찾았으나 입을 만한 게 없었다. '이제 검은 셔츠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자주 조문을 가게 될 것 같았다. 단단해져야 한다는 몇 마디 이야기를 전하고 조문을 마쳤다. 그리고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 부모님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몇몇 친구가 나뿐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친구들에게 슬픈 일이 생기면 반듯한 검정 셔츠를 입고, 그들의 슬픔을 기꺼이 함께 껴안고 애통해하며 다독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도. 이별은 늘 마음의 준비 없이 찾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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