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바르르 떨리고 체증이 느껴졌다. '백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는 게 얼마나 가뿐하고 시원한 일인지 오늘에서야 제대로 깨달았다. 장례식장을 앞에 두고 들어가기가 무서워 괜히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속이 너무 안 좋았다. 오늘은 손 씻을 명분을 주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의 존재가 제법 고마웠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던데, 지금까지 2021년 5월에는 무려 세 번의 장례식이 있었다. 하나는 좋아하는 동료의 조부상, 또 하나는 고3 아기의 모친상, 또 하나는 좋아하는 친구의 부친상.
서른 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슬픔이라 어찌 위로해야 할지도 가늠이 안 되는 종류의 일을 맞이한다.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는 건가. 장례식장에 도착해 악필인 내가 최대한 이름을 바르게 쓸 수 있을 만큼 힘을 준 채로 꼿꼿하게 봉투에 이름을 써 내렸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악필이 아니길 바라게 된다. 부조를 내고 꽃을 영정 사진 쪽으로 놓은 후에 기도를 하는 이 장례식순이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이런 일은 조금 천천히 익숙해지면 좋을 텐데. 어떤 일에 익숙해져 간다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서른의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