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아무개 Sep 18. 2018

26살 여자가 결심한 결혼에 대해서

결혼,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인가요?

 


 2주 전 주말에 성당에서 진행하는 신혼 교리를 들었다. 신혼부부 또는 예비부부를 위한 강의였다. 끝날 무렵 서로에게 편지 쓰는 시간이 있었고 거기에 꼭 써야 할 내용으로 ‘이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 처음으로 그에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알 수 있는 편지였다. 너무 신중하게 쓴다고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은 못 한 채 시간 오버로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만 알 수 있었다. 그의 편지는 내게 한 번 더 확신을 주는 답이었다. (나 결혼 잘하는 것 같아)


 우리의 결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실감은 나지만 아직 떨리진 않는다. 한 사람과 평생을 산다는 것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이라고 한다. 나는 그 결심을 생각보다 쉽게 내릴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던 것도 아니요, 첫눈에 결혼을 결심한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함께 살고 싶었고, 그는 놓치기 싫은 사람이 되어갔다. 사람마다 특징이 있듯 우리는 우리가 가진 특징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맞지 않았던 특징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범위 내라는 것을 알았다. 

그거면 산 날보다 더 많은 살날을 함께 하기에 충분했다. 

아직 친구 중에 결혼한 친구는 없다. 또래보다 일찍 가는 것은 사실이다. 소심하고 온갖 걱정을 다 하는 내가 이렇게 결심을 쉽게 했다는 것이 스스로도 신기하다. 주변 사람은 나에게 확신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사실인걸)


 결혼을 먼저 한다고 해서 싱글들보다 인생 선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만 먼저 할 뿐. 시댁 식구라는 가족이 더 먼저 생길 뿐. 결혼, 그게 뭐 큰 대수라고 인생 선배를 논하겠는가. 나에겐 불안정한 삶에서 안정적인 삶으로 가는 단계다. 안정적인 삶에서 난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보호자가 부모님에서 남편으로 바뀌는 것. 때때로 기분이 묘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진다. 이제 정말 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가는 것과 동시에 그 옆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것.


 나도 신혼 교리 때 그에게 편지를 써서 줬다. 마지막으로 적어야 할 항목은 ‘나는 나의 아내/남편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였다. 나는 그에게 ‘베스트 프렌드, 든든한 지원군 그리고 섹시한 아내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이 세 가지 모두가 되는 건 나의 욕심이겠지만,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결혼을 한 사람들은 대개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설령 결혼 후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된다 한들 그건 해봐야 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은가. 기꺼이 결혼하겠다. 


결혼,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과정에 서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하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