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잔다는건 축복이다.
육아는 힘들다기 보단 어렵다는 말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다기보단 힘들다는 말을 쓰는데,
그 이유가 바로 신생아때의 기억 때문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육아 전쟁은 출산의 고통을 겪고 얻게 된 나의 보물같은 아기가
집에와서 자는 첫날 시작된다.
(난 사실 다른 분들보다 덜 겪었다..처가에서 오래 있었기에..)
자 아기가 총 얼마나 자는지 대충 살펴보자.
이걸 보면 잘 감이 안올수도 있다.
'모야 16시간 자는거면 괜찮네. 24시간 중에 8시간 활동하고 나머지는 잔다는 거잖아?'
아니, 그렇지 않다.
저 16시간의 취침의 구성을 그려보면 대부분 "2시간 취침 + 1시간 깨있음" X 8 이라 생각하면 된다.
즉, 밤잠을 쭉 연달아자지 않고 자꾸 깬다는 말이고
이는 누군가는 밤에 계속 깨서 아기의 밥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기는 배고프면 운다. 배가 고플수록 더욱 더 우렁차게.
아기는 배설을 하면 운다. 더군다나 신생아때는 오줌 밖에 안 싸는데..그 찝찝함을 견디지 못하신다.
아기는 졸리면 운다. 이게 젤 열받는 일인데..졸리면 자면 되는데 왜 우는 것인지..
이 패턴을 실제로 겪어보면..
정신병 걸리는게 생각보다 쉽겠구나..라는 생각을 된다. 실제로 산후 우울증, 육아 우울증이 왜 오는 것인지
집에서 하루종일 겪어보면 알게 된다. 처음 몇일은 괜찮지. 2시간 잠 + 1시간 깨있음 패턴에
다 큰 어른이 옆에서 하루종일 같이 하게 된다는 건 정말 어마무시한 일이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다. 2시간 자는 동안 여유가 생길수도 있으니(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밤에는 애 우유물리고 잠들고...옆에서 토닥이다 잠들고
애 우는 소리에 다시 화들짝 깨고.. 이놈의 등센서는 대체 어디꺼길래 이렇게 기가막힌건지
사람이 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계속 2시간 마다 깨운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계속 잠들만하면 깨운다. 세상 어느 성인군자도 분노한다.
문제는 그 분노의 유발 원인이 아기라는 것이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라
화내도 울기만 한다는 것. 심지어 화내면 내가 병신같다는 생각에 빠지고 우울해진다.
이 시기에 회사는 거의 피난처다.
출근을 해서 그래도 쉴수 있는 곳에 간다는게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시기.
(물론 IT 인이나 컴퓨터로 일하시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100일의 기적이라 해서 딱 100일에 오는게 아니다. 아기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언젠가 오긴 온다. 아기가 성장하면 밤잠을 점점 길게 자게 되고
유아가 되어 조금 더 성장하면 밤에 안깨고 쭉 자게 된다.
슬픈 사실은 나중에 애가 밤에 죽 자게 되어도
부모는 습관적으로 깨서 애를 확인하고, 애가 뒤쳑이는 거에 깨고, 잠꼬대하는 거에 깬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힘내자.
자는 모습 하나는 천사 아닌가? 웃어 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지 않나?
그거 때문에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