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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Marine Mar 29. 2019

#02. 아기의 미소는 마법이다.

남의 아기보다, 내 새끼의 미소는 정말 ..신비한 힘을 보여준다.

자연분만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단다. 

그 중에서도 내 피부로 직접 와닿은 건 바로 와이프의 회복속도였다. 

우린 산부인과에 2박3일도 채 있지 않았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와이프는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그렇게 아팠는데..심지어 가위로 자르는 것도 봤는데..그걸 꼬맸는데 괜찮다고? 

여자는 역시 신비하다. 아니, 엄마가 위대한건가. 


출산 전부터 산후조리원을 엄청 알아봤던게 기억난다. 

지금도 그렇겠지만..정말 후덜덜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3주 정도는 그 곳에서 지낼 각오까지 하던 나였는데, 

(다들 그리 하시더라구요)

결국 우리 와이프의 산후조리는 처가에서 하게 되었고 3주정도 예상하던 산후 조리는 3개월로 늘어났다. 

한 100일정도였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가 온전히 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마지막이였다. 

퇴근 후 잠시 처가에 들려서 아기를 보고, 처가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는 내 자유시간. 3개월간을 그리 보냈다. 물론 주말은 반납하고 아들과 붙어있었지만 

잠은 집에 와서 혼자 잤다. 그게 아빠가 된 후 처음이자 마지막 온전한 자유 시간이였다. 

혼자 이러고 놀았었다..

사실 이게 가능했던 건 아들 녀석이 그 당시에 할 수 있었던건 먹고, 자고, 배출하기 가 다였기 때문이다. 

우는 이유는 이 세가지가 다였다. 흔히 유부남들이 얘기하는 '밥,똥,잠' 이 뭔지 이해한 시기였다. 


첫째녀석이 집으로 컴백한 후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었는데, 

게임을 즐겨하던 나는 그 때 당시에 스타크래프트2에 미쳐있었다. 저녁마다 헤드셋을 끼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녀석을 소환해서 2:2를 즐겼더랬다. 아가가 집에 온 이후에도 난 게임을 하고 싶었고 

몇번이나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결국 포기했다. 집은 좁았고, 게임의 손맛을 위해 구매한 내 청축 기계식 키보드는 너무 시끄러웠다. 잘 들리지 않는다던 아기는 게임만 하면 깨는 걸 반복했고 난 결국 스타2를 포기했다. 


취미생활의 포기,

퇴근 후 다음 날 출근까지의 모든 시간을 육아에 올인, 

2시간에 한번씩 알람처럼 울려퍼지는 울음소리(배가 고프다. 밥을 내놓아라 라는 의미다)

100일의 기적이 강림하기 전까지 태어나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훈련을 경험하게 된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2시간에 한번씩 무언가가 잠을 방해하는 그 육아의 현장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데 회사에 있는게 편안하게 느껴진다. 

마치 어디론가 잠시 도피하는 느낌이랄까. 와이프한테 좀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진심 힘들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도 와이프도 매우 지칠수 밖에 없었고 어느 정도의 분담 없이는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예비 아빠들이여. 이때 육아에 소홀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벌어진다. 최선을 다하자)


다행히 우리 와이프는 모유 수유 100%가 가능했고 덕분에 시간이 좀 지나서 난 잠을 잘 수 있었다. 

한밤 중 알람 작동 시 내가 잠시 깼다가 다시 자거나, 아예 안깨는게..나중엔 가능했다. 

물론 처음엔 계속 깨어났지만..


이 때도 욕은 참 많이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와이프가 눈에 살기를 품고 있다. 


"잘 자드라? 애가 우는데...잠이 오냐?" 


1편에도 말했지만, 난 잠에 매우 취약하다. 

잠귀는 밝은 편이지만, 피곤하면 깨어나지 못한다. 

어쩌겠는가. 깨어있는 동안 더 잘해야지. 

그게 아빠로써 처음 깨달은 점이였다. 


피곤한 육아의 연속, 

와이프의 산후 우울증, 

잠 잘잔다고 욕먹는 날의 연속, 

그럼에도 화는 커녕 더 미안해하고 더 열심히 육아를 해야하는 날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바로 "미소" 때문이였다. 

Power of Super Smile

이 미소 한방이면, 다 견딜 수 있었다. 

날 보며 웃어주면 모든게 해결되었다.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 마치 마법처럼 말이다. 


이 때쯤 되면 아마 깨닫게 될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라는게 무슨 말인지. 


"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 목숨을 걸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가능하다라는 걸 스스로에게 놀라며 느꼈던 시간. 


아빠가 되면 많이 힘들다.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힘들지만 그 시간을 통과하며, 남자는 다시 태어난다. 

가치관이 송두리째 바뀐다. 철저한 자기 중심 주의가 사라진다. 

이게 아빠로써의 첫번째 시련을 견뎌낸 후 얻은 선물이였다. 


우리 부부는 서로 사랑하기에 결혼했다. 그리고 우리의 분신이 태어나면, 

그렇게 두번째 사랑이 시작된다. 바로 내 자식에 대한 사랑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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