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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Marine Aug 20. 2019

#. 아이들에게 게임을 가르치는 아빠

전 아이에게 게임을 일부러 가르쳐 주었는데요?

내 어린시절을 돌이켜 보자면, "게임"이란 걸 처음 해본 나이는 7살 때였던 것 같다. 


부모님이 Gameboy 라는 8비트 게임기를 사주셨다. 

거기서 Sonic 이라는 고슴도치를 만났고, 이후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준 캐릭터가 되어.. 

지금도 나는 Sonic 이라는 녀석을 매우 좋아한다. (마리오보다 훨씬 좋아했다)

요놈입니다. 

그 이후로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내 취미 생활의 80% 는 게임이 차지했고 그로 인해 삶에 정말 많은 것이 변화했다. 



게임을 하면, 중독되지 않냐구요? 

말을 좀 바꿔볼께요. 중독이 아니라,  "몰입" 입니다. 

공부 한창 해야할 시간에 안 좋다구요? 

게임 아니여도 공부 안 할 꼬맹이들은 안해요. 게임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긴 하지만, 7살 꼬맹이의 방에 

게임기를 하기 위한 자그마한 TV 를 주셨었다. (무슨 생각이셨을까..?)

그리고 중딩, 고딩, 대딩 생활을 통틀어..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접니다.네 저예요)에게 

밥을 해서 가져다 주셨었다. 덕분에 난 게임을 하며 모니터 앞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아들 둘의 아빠가 된 후에 모친에게 그때 왜그랬냐고 여쭤봤더니

 

"자기가 좋아하는거 하는데 뭐, 거기서도 배울게 있잖아?"


음. 맞는 말이다. 


난 초등학교때 모친이 컴퓨터를 사주셨고(그 때 당시의 486급이였던 걸로 기억..)

그 컴퓨터로 게임을 돌리기 위해서(오로지 이 목적으로) 컴퓨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본체 안에 무엇이 들어가있는지, 메모리라는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DOS 시절의 그 수많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 난, 공부해야만 했고 

한글화가 전무하던 시절이였기에 영어사전을 끼고 게임을 했다. 


윈도우가 나온 후에 스스로 포맷을 하겠다며 OS 를 날려먹은 뒤 

2만원짜리 출장기사님 어깨넘어로 포맷을 배웠다. 

기사님이 가신 뒤에 바로 다시 포맷하고 다시 설치하고 그랬다. 

(그때 이걸 깨우치고 난 뒤에 이걸 왜 2만원이나 받아???!!!! 라고 외쳤던 기억이 있다)


WOW 를 하며 군대를 전역했고, 

WOW 에서 맺어진 인연덕분에 결혼에 성공했다. 


게임을 하면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고? 그렇지 않다. 

단언컨데 그 생각은 틀렸다. 


게임이라는 매체는 크게 보면 Role Play 장르다. 

내가 무엇인가가 되어 가상의 세계에서 뭔가를 경험하는 간접 경험치를 주는 매체다. 

액션이건 슈팅이건 결투건 다르지 않다. 난 특정한 "무엇인가"를 고르고 

그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되어 무엇인가를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얻는 것이 생긴다. 느끼는 것이 생긴다는 말이다. 


책이라는 걸 읽어 다른 사람의 견해를 느끼고 깨우침을 얻는 바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게임이라는 매체는 "간접경험"을 하기 위한 매체이고 머리를 써야만 잘할 수 있다. 


우리 아들들은 공룡을 좋아했다. 

내 브런치 글에도 있지만 공룡을 잡는 게임이 나오면 꼭 같이 하고 싶었다. 

https://brunch.co.kr/@luxurykwon/20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아들이랑 같이 하면 좋겠다"였고 

(이 당시에 아들 나이가 6살, 5살이였다..)

이 게임을 시작으로 우리 아들들은 게임계에 입문, 지금은 굉장히 다양한 게임을 한다. 


마리오, 소닉, 원피스, 몬스터헌터, 포켓몬스터 등등등..


그럼 게임하느라 자신의 할일을 안할까? 

다 한다. 그건 조절하는 방식을 가르칠 줄 몰라서 그런 것이다. 

본인이 게임을 안해봤는데, 게임을 하며 인생을 사는 방법을 알리가 없지 않나. 

생각해봐라. 부모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는 건 힘들다. 

우리도 부모라는 경험이 이게 처음 아닌가. 


나를 닮은 아들들이라면 어차피 언젠간 게임을 하게 되어 있다. 

빠질 것이다. 분명히.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마치 숙명과도 같은..ㅋㅋ)

그럴 바에 내가 스스로 가르치고 같이 함으로써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고 난 그렇게 실천 중이다. 


우리 아이들은 주말에 나와 게임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뛰어놀지 않는 것도 아니거니와 집에만 앉아서 게임만 하지도 않는다.

아빠와 무엇인가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은 적지 않을 것이고 

난 그런 행위에서 나도 즐거웠으면 좋겠고, 애들에게도 일찍부터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한 것 뿐이다. 


난 지금도 주말에 우리 두 아들들이 잡으러갈 포켓몬을 위해..몬스터 볼을 모으고 있다. 

틈틈히 나도 즐기면서 말이다. 주말이 되면, 아들들과 같이 동네를 배회한다. 포켓몬 잡을라고..


많은 부모들이 하는 착각. 

"게임은 무조건 나쁜거야" 라는 생각을 버리셨으면 좋겠다. 


요즘 게임이 질병이네 어쩌네 말이 많은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정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중독"이 되어 아무것도 못 해내는 상태까지 간다면 그건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하는 게 맞다. 근데, 왜 그렇게 방치했나? 난 그걸 먼저 묻고 싶다. 

부모에게건, 중독된 스스로에게건. 둘 다 책임을 가지고 있을터인데. 

우리나라에선 불법인 대마초도 약으로 쓸 수 있다. 세상 무엇이건간에 다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 아들들이 커서, 게임을 취미로 삼을지는 모르겠다. 그건 그 녀석들의 자유니까. 

하지만 아빠가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였고, 키우는 내내 같이 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하던 육아에 대한 노력의 일환이였다는 것을 

분명히 언젠가 깨달을 것이다. 


몰라도 상관없다. 

난 아들과 같이 하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므로. 

더 이상 불가능할때까지, 같이 취미로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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