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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Oct 13. 2022

학생들은 교육청에서 나눠준 기기를 잘 활용할까?

학습과 own이 빠진 BYOD

BYOD, 교육청이 나눠준(빌려준) 기기를 들고 와


9월 1일자로 학교로 복귀하여 나 홀로 3월 같은 9월을 보냈다. 이미 한 학기 동안 형성된 관계와 문화 속을 낯선이가 비집고 들어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근무하는 학교의 익숙지 환경 속에서 나만 알아가고 적응하면 되는 상황이 은근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렇게 여차저차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학교 밖 연구자일 때는 보이지지 않았던 BYOD(Bring Your Own Device)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근무하는 지역의 교육청에서는 몇 개 학년을 대상으로 BYOD 개념으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패드를 보급하였다. 운이 좋게도 내가 가르치는 학년의 학생들도 모두 스마트패드를 가지고 있었다. 딱히 학생들에게 준비하라는 예고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마트패드를 활용한 수업을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편하다. 과거에는 기기를 카트에 싣고 다니면서 이반 저반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했는데, 지금은 모든 학생들이 교과서처럼 기기를 가지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수업을 쉽게 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학생들의 스마트패드 활용 양상을 살펴본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에서만 스마트패드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증거는 다수의 학생들이 스마트패드를 학교 보관함에 넣어 두고 귀가를 하거나, 스마트패드에 깔려있는 앱이나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럼 이것이 왜 문제인가? 바로 학생들의 학습에 통합되기를 원하는 BYOD 개념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교수용으로만 배부된 기기라면 학교에 보급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 개인을 대상으로 일대일 디바이스를 보급하고 있다. 즉, 학교의 수업과 가정에서의 학습을 모두 지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쉽게 이야기하면 대학생들처럼 일상과 학습에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그들의 삶에 교육청에서 배부한 기기를 통합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중저가 저사양 기기의 애매한 포지션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항시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가정에는 PC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패드는 이 두 기기 사이에서 활용된다. 그런데 보급된 저사양 기기는 스마트폰보다 편리하지도 않고, PC를 뛰어넘는 성능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저사양 스마트패드는 스마폰의 용이성에 밀리고 PC의 유용성에 밀린다. 기술수용모델(Technology Acceptance Model)의 가장 중요한 변인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다수 독자의 집에서도 철 지난 패드가 쓰임을 잃고 방치되어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별로 쓰임이 없는 무거운(패드에 키보드가 달려 있어서 무겁다) 패드를 굳이 가방에 넣어 다닐 필요가 없다. 그냥 학교에서 선생님이 활용하자고 할 때만 꺼내면 될 뿐...한편, 몇몇 아이들은 보급된 패드를 쓰지 않고 아이패드를 쓴다. 수업을 들으며 아이패드에 필기하고 그들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기록한다. 이 학생들에게 왜 보급된 기기를 쓰지 않냐고 물으면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라고 답변한다. 성능의 애매함이 학생들의 일상적인 사용을 촉진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학교에서만 쓰는 거라 딱히 내 것 같지 않다. 평상시 들고 다니지 않으니 개인적인 사진을 찍거나 기록을 하지도 않는다. 또, 자주 쓰는 서비스에 로그인해 두지 않아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되지 않는다. 가끔 수업에 활용되거나 점심시간에 여가용(순화된 표현 ㅎㅎ)으로 활용할 뿐이다. 빈 교실의 책상 위에 패드를 그냥 두고 갈 때도 있다. 별로 쓸데가 없으니 고장나거나 액정이 깨져도 고칠 생각이 없다. 학생들은 교육청에서 잠시 빌려준 기기라고 인식하며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즉, BYOD에서 own이 빠진 '교육청에서 나눠준 기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셋째, 학습에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겠고 너무 제한적이다. 기기를 받았지만 누구도 이 기기를 준 이유와 학습에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스마트기기로 학습하는 방법을 모르니, 게임으로 활용할 수 밖에...또,교육청에 설치해둔 관리 프로그램 때문에 학습하는 데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깔기도 쉽지 않다(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특정 방법으로 관리 프로그램을 무용화 시킴).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기기만 던져주었을 뿐, 그 활용은 오롯이 학생 당사자에게 맡겨버렸다. 결론은 학습용보다는 여가용이 되었다. 


다수 시도교육청의 스마트기기 관련 사업은 보급에만 초점을 두었다. 우리 교육청은 보급율이 몇 %이다라고 홍보한다. 그런데 이건 하나도 중요치 않다. 보급율보다는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 보급율이 100%라도 활용율이 한자리라면??? 학교 창고나 가정에 방치되고 있다면??? 학습효과가 오히려 떨어진다면??? (이거 연구하면 개인적으로 판로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도교육청은 보급율 보다는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와 정책은 교사의 테크놀로지 통합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습자의 테크놀로지 통합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낮았다. 학습자가 주도성을 갖고 테크놀로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Ownership'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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