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일을 앞두고 식중독이라니.
이건 믿을 수 없어.
몸이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어.
말했듯이 내 몸속 항체가 바이러스와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까
오늘 아주 잘하면 외식을 할 수도 있을 거야.
특별한 날이니 봄기운 한껏 받으며 식당으로 걸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요즘 날씨도 좋잖아.
근데 먹고 싶은 게 없다니 큰일이네.
왜 먹고 싶은 게 없는 거야?
물론 조심해야 할 시기는 맞아.
얼마 전 아파서 고생 고생했으니 말이야.
이젠 나까지 이러다니.
어제 밤새 뒤척이며 끙끙 앓다가 곤히 자고 있는 널 보며
며칠 전 네가 아플 때 배에 차고 있는 물통이라도 한번 다시 데워 올려놔줄걸 하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내가 아파보니깐 너 아플 때 많이 신경을 못 써준 것 같아 미안하더라고.
한 거라곤 양배추 사 온 것뿐.
그래도 금방 살아나 줘서 고마워.
오늘 처갓집 생일파티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네가 가족들에게 축하받으며, 어머님이 차려주신 한상을 받으니 나도 흐뭇하더라.
넌 역시 사랑받는 존재야.
이렇게 사랑받는 네가 나한테 와서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짠한 마음이야.
행복하자 해놓고, 자꾸 눈물 쏟게 하는 건 내 부족함 때문이겠지.
하지만 부부가 이런 일도 없으면 부부인가 싶기도 하고, 사는 게 이런 거지 하는 생각도 들어.
그러니 앞으로 살아갈 날 중 분명 행복한 날들도 많이 껴있을 거야. 기대하며 살자고.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넌 나에게 이상적이야.
지금 생각해보니 난 네가 아니면 온전히 살 수 없는 그런 존재인지도 몰라.
그만큼 나를 완벽히 보완해 줄 수 있는 영혼의 짝이야.
얼마 전 나를 백 프로 알고 있다던 너의 말이 왠지 기분 좋았던 이유이기도 해.
시간이 지날수록 너를 더 사랑하게 될 거야.
예쁜 데다 요리 잘하는 건 나중 문제야. 잠든 모습이 예쁜 것도 마찬가지고.
슬픈 전설(?)이 흐르는 작년 네 생일파티는 참치집이었는데.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라니. 참 빠르다.
이렇게 빨리 가다가는 결혼 5년 차 10년 차란 말도 금방이겠어.
사랑할 날도 많지 않은데, 시간아 좀 천천히 가자.
속이 괜찮아져서 먹고 싶은 게 떠오르면 말해줘.
아님 네가 말한 대로 환자끼리 오붓하게 집에서 누룽지 한 숟갈씩 들자고.
사랑하는 미야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