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heris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hri Sep 14. 2015

서울, 포르노

새벽 2:00

이 시간의 도시는

잠들지 않은 존재들이 숨어서 무언가를 한다


하늘과 맞닿은 끝이 빨갛다 못해 보라색으로 물들 때,

작업이 시작된다

노랗고 하얀 반짝거림을 줄로 꿰다가 만든 목걸이는,

뒤집으면 루비색으로 그의 눈에 번진다

취하지 않아도 취한것 처럼

까만 그의 몸에 다리를 그대로 포갠다

다리는 그 모습 그대로

그의 몸에 낙인처럼 올라타져 있다

서늘한 가을냄새에 이미,

둘은 서로의 몸을 탐낼 약속을 눈빛으로 나눈 후였다

마치 어느 여관방의 간판이 반짝거리듯

그들의 취기를 더해가는 네온사인은

숨을 가쁘게 내쉬게 만드는 끊임없는 유혹이다


여관방의 간판이 모두 꺼진

그런 시간쯤이 되면

하얀 시트에 다리 사이가 젖기 시작한다

조금은 차가운 천의 느낌이

더 그 사이를 자극시킨다

하얀 시트가 점점 습해지고

너무나도 조용한 가로등 사이를

간간히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가 베고 지나간다

그 위를 타고 지나가며 터져나온 소리는

이 시간의 도시는

잠들지 않은 존재들이 숨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머리에는 마치 별이 터지듯

오르가슴과 같은 끊임없는 반짝임이다


하얀 시트는 

밤새 뒤척인 몸들로 인해 걷힌지 오래다

검은 몸의 그는 어느덧 푸름으로 일렁이고

금빛 하루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다리사이는 다 말랐다

마치 바람난 남녀가 하룻밤 밀회한듯

하나로 엉켜있던 그들은

남남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마천루와 산등성이의 선들이 보랏빛으로 물들때 쯤이면

그는 푸름을 거두고

또다시 검은 손으로 다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할 것이다



-from http://nsay.tistory.com

-cover image from http://woogini.tistory.com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지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