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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나 Mar 28. 2016

#18  너에게 자유를 허하노라

동물원 그 어색한 공간에 대하여


유치원, 초등학교 부모님들이 방학때면 꼭 방문하는곳이 바로 동물원이지 싶다.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에버랜드나 서울대공원의 사파리를 가고 물개쇼를 보고 당나귀도 타보고, 아기백호도 만져보는 등의 체험을 신나게 한다. 이어 만족한 아이는 엄마 최고! 아빠 최고! 엄지척을 세운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나서 성인이 되고서도 한참뒤에야 깨달았다.

동물원이 참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공간'이라는것을 말이다. 고백하건대  나 또한  에버랜드의 사파리를 여러번 찾아가서 놀았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비싼 입장료롤 내고 들어가 놀이기구는 하나도 타지 않은채 사파리만 돌고 나오곤 했었다. 그리곤 혼자 만족하곤 했다. '난 참 동물을 사랑하는구나' 라고...


 동물원이 뭐가 어때서?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고 굶지않고 사람구경도 재미지게 하면서 편히 사는거 아니야? 라고 반문할 사람도 많겠지만, 사실 생각만큼 우리나라의 동물원 시설이 야생동물에게 그런 안락함을 제공하지는 않는것 같다. 서울의 대형동물원 2곳을 제외하고도 지방에 한두개씩 있는 개인 소유의 동물원은 처참함의 끝을 보여준다. 사람들도 보는 눈이 있는지라 해당기관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해도 개인시설에 대해서 딱히 법규정이 없다는둥 이래저래 제재를 가하지 않는 실정이다. 망해서 문을 닫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굶어서 폐사를 해도 관할기관은 뒷짐지고 구경만 하는것이 현실이다.


정형행동 : 격리되거나 우리에 갇힌 동물의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 의미없이 왔다갔다
걷거나                                
머리를 계속 흔들거나, 심한 자위 또는 자해행동 일종의 자폐증상을 말한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의 흙을 밟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무리들과 어울려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노니는 사자, 호랑이, 코끼리, 기린 등의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 본연의 모습이다. 무슨 권리로 인간은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삶을 갈취하는가. 왜 그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자꾸 끄집어내려고 하는지, 왜 강아지처럼 재롱떨고 훈련시키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모든 자유와 본능을 억압당한 동물들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광대가 되어 생활하는 곳이 바로 동물원이다. 이들에게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이 나타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일것이다.




작년 여름 에버랜드의 유명한 북극금 '통키' 가 비좁은 사육장과 열악한 환경속에서 정형행동을 보였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없다던 에버랜드측이 한 동물보호협회에서 개선을 촉구하는 광화문시위와 동물원법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로 기사화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방사장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행동풍부화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백퍼 만족할 수준으로 개선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과연 국내 최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이곳이 정말 돈이 없어서 지금껏 북극곰을 땀흘리게 방치했을까? 아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을뿐만 아니라 동물원자체가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설계되고 운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출처: 동물을 위한 행동)


그럼 어쩌란 말인지..동물원을 없애기라도 하자는 말일까? 그건 한국에선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걸 잘 알고 있기에 차마 없애자는 말은 못하겠다.  다만 동물원을 자녀와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부모님이라면 적어도 동물을 단순히 구경거리가 아닌 이들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자녀에게 충분히 인식시켜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더불어 물개나 원숭이, 돌고래를 훈련시켜 관람하는 동물쇼만은 제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개념있는 부모라면 말이다. 부모 노릇하기 참 어려운 세상임을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제인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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